본보-나이스평가정보 773곳 분석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부실이 갈수록 커지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한계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정부의 지원 혜택이 ‘좀비기업’에 돌아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상장기업 17.5%는 자체 생존 어려워”
동아일보가 한국거래소 상장기업 773곳의 사업보고서를 나이스평가정보와 분석한 결과, 연간 이자부담액이 영업이익보다 많고 차입금이 영업이익의 3배를 웃도는 곳이 전체의 17.5%인 135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정도 재무구조의 기업이라면 특단의 구조조정이나 급격한 경기 호전 없이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2010년 8.2%에서 올 상반기 5.7%로 떨어지며 실적이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 약자 보호 명분에 구조조정 지연
한계기업이 이처럼 많아졌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두 기업의 탄탄한 실적에 가려져 기업부채 문제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좀처럼 구조조정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그나마 채권은행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 밀려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이뤄진 중소기업 대출 일괄 만기연장 등이 기업들을 살리는 데는 도움을 줬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실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지원만 계속 늘릴 경우 좀비기업만 늘어날 수 있다”며 “정책금융을 지원할 때보다 면밀하고 단호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