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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풍년에 ‘김냉’ 대박 조짐… “하루 5000대 생산 풀가동”

입력 | 2013-11-06 03:00:00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김치냉장고 생산현장 가보니




4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김치냉장고 생산 라인의 직원들이 출고 직전의 완성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아 요즘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며 하루 5000여 대의 김치냉장고를 만들어내고 있다.

4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김치냉장고 생산 라인. 수천 대의 김치냉장고가 2만6440m²(약 8000평) 넓이의 생산 라인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스탠드, 뚜껑, 프리미엄 등 다양한 종류와 용량의 김치냉장고를 생산한다. 정교하게 자른 0.5mm 두께의 철판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한 바퀴 도는 사이 공기압축기 등 핵심 부품을 차례대로 끼워 넣고 50분간의 성능시험을 마치면 김치냉장고가 완성된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김치냉장고 최대 성수기를 맞아 기존 직원에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까지 총동원해 야간 잔업은 물론이고 토요일까지 생산 라인을 쉴 새 없이 가동한다.

○ 배추 풍년에 ‘대박’ 조짐

김치냉장고는 한 해 판매량의 65%가 김장철을 전후한 10∼12월에 팔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김장을 담그는 가정이 많다. 최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김치냉장고는 5000여 대로 풀가동해야 소화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배추 등 채소를 비롯해 각종 김장재료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떨어지면서 집에서 김장을 담그는 소비자가 늘어 김치냉장고 판매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치냉장고업계는 지난해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총 출하량이 99만5800대에 그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 기대가 크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는 연간 판매량이 100만 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데 올해는 지난해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들까지 가세해 110만∼120만 대 판매가 무난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치냉장고업계 1위인 삼성전자 역시 올해 판매량이 30∼4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올해 트렌드는 저염 김치

김치냉장고는 중국 일본 등의 교민을 위해 수출하는 일부 물량을 빼고는 모두 국내에서 팔리는 내수(內需) 제품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만도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이 매년 신제품을 내놓고 경쟁하는 것은 ‘김치냉장고 1등이 국내 가전업체의 최고’라는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김치냉장고를 잘 만들기 위해 광주사업장 내 김치연구소에 김치 연구를 맡겼다. 1997년 설립된 김치연구소는 매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등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함께 ‘올해의 김치 트렌드’를 연구한다. 연구용으로 사들이는 김치만 한 달에 많게는 2000kg에 이른다. 이 김치는 온도와 산도(酸度)를 측정하는 센서를 연결한 캡슐에 따로 보관한다. 온도를 세분해 김치가 익으면서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산도를 체크하는, 이른바 ‘김치 숙성 알고리즘’을 찾는 과정이다.

김치 트렌드가 중요한 이유는 김치의 염도(鹽度)와 산도가 김치냉장고 신제품 설계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찾아낸 올해의 트렌드는 ‘저염 김치’다. 웰빙 추세에 맞춰 건강식을 찾는 문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김치연구소에서 윤영(왼쪽) 이명주 책임연구원이 보관 중인 실험용 김치의 염도와 산도를 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명주 책임연구원은 “전국 가정의 평균 김치 염도는 3년 전까지 2.7%였는데 지난해에 1.7%로 뚝 떨어졌다”며 “이제는 저염 김치가 표준 입맛이 됐다”고 말했다. 보통 학계에서는 염도 2% 이하 김치를 저염 김치로 분류한다.

9월 출시한 ‘지펠 아삭 M9000’도 저염 김치에 맞춰 설계했다. 저염 김치는 쉽게 얼기 때문에 영하 1.3∼1.5도이던 냉장고 기본 온도를 영하 1도 수준으로 올렸다. 김치 맛을 결정하는 숙성기간도 염도에 따라 바뀐다. 윤영 책임연구원은 “저염 김치는 빨리 익기 때문에 배추김치의 경우 숙성기간을 기존 제품보다 6∼12시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60분씩 정기적으로 영하 5도의 차가운 냉기를 쏘아주는 지펠 아삭 M9000의 ‘하루 60분 쿨샷’ 기능도 저염 김치가 무르거나 시어지지 않게 추가한 기능이다.

김치연구소는 지난해부터 별미 김치 연구를 하고 있다. 전국 가정 130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별미 김치는 갓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순이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김치 종류에 따라 가장 맛있는 보관온도가 있다”며 “갓김치와 깍두기는 익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15도, 열무김치는 10도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광주=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