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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지옥서킷’ 빗길서 한차례도 안미끄러져

입력 | 2013-11-06 03:00:00

현대 신형 제네시스, 유럽 출시 앞두고 현지서 혹독한 주행테스트




4일(현지 시간) 오전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위장막을 한 신형 제네시스(앞쪽에서 달리는 두 대)가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4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5분,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 뉘르부르크링 서킷. 주변이 온통 숲과 녹지여서 ‘녹색지옥(Green Hell·그린 헬)’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현대자동차가 이달 말 출시할 신형 ‘제네시스’가 들어섰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1927년 문을 열었다. 줄여서 ‘더 링(The R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킷 중 노르트슐라이페 코스(총 길이 20.8km)는 297m의 고저차와 급격한 내리막길, 73곳의 가파른 코너, 고속 직선주로가 곳곳에 배치돼 세계에서 가장 길고 난도가 높은 서킷으로 꼽힌다. 신형 제네시스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이 서킷에서 마지막 테스트를 했다. 양산 직전의 시험제작 차량인 데다 빗길이어서 기자는 테스트 드라이버의 시험주행에 동승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지옥의 ‘링’에서 마지막 담금질

경력 41년의 베테랑 테스트 드라이버 다니엘 헤레고츠 씨(60)는 서킷에 들어서자마자 급가속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었다. 헤레고츠 씨는 직선주로는 물론이고 코너에서도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마치 윽박지르듯 차량을 몰아붙였다. 이날 코스에서 신형 제네시스의 최고 시속은 204km였다.

급회전 구간과 경사가 많아 롤러코스터를 탄 듯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라는 말이 실감났다. 하지만 신형 제네시스는 전자식 상시 4륜구동(AWD) 차량답게 도로를 움켜쥐며 힘 있게 치고나갔다. 미끄러운 빗길이었지만 급회전 구간에서 단 한 차례도 ‘오버스티어(Oversteer·급회전 시 차량 뒷부분이 밖으로 미끄러지는 현상)’가 발생하지 않았다. 비교 체험을 위해 동승했던 후륜구동인 구형 제네시스 쿠페는 이날 같은 코스에서 세 차례나 오버스티어가 일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는 회전 시 바퀴축의 가로 방향에 걸리는 힘을 견디는 횡강성이 구형 제네시스보다 39%나 향상돼 고속 회전할 때도 안정성 있는 주행성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를 마친 헤레고츠 씨도 “지금까지 다양한 차량으로 1만3000바퀴 정도 이 서킷을 돌았지만 제네시스는 굉장히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갖고 있는 차”라며 “매우 예민하면서도 부드럽다”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뉘르부르크링 서킷 외에도 스웨덴 알제프로그와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혹한·혹서지 시험을 거쳤다. 오스트리아 동부 알프스 산맥에서는 12km나 이어진 내리막길을 브레이크를 밟은 채 내려오며 제동장치의 한계를 실험하기도 했다.

제네시스가 유럽에서 혹독한 성능실험을 거친 것은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 내놓는 첫 대형 세단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유럽 시장에 선보일 제네시스를 위해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BMW나 벤츠 등 독일 고급 세단과 경쟁할 수 있게 품질을 높였다.

○ 현지 테스트로 유럽 감성 담아

현대차는 9월 12일 뉘르부르크에 정식으로 차량시험센터를 열었다. 662만 유로(약 95억 원)를 투입해 완성한 지상 4층 규모의 시험센터(건축면적 3600m²)는 주행성능과 차량 내구성 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차량시험센터 주변에도 재규어, BMW, 아우디, 애스턴마틴 등 유럽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요코하마 브리지스톤 등 타이어업체들의 테스트센터가 모여 있다.

이대우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거쳤다는 것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안전성과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로 여러 업체가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차량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선 뉘르부르크공업연합에 가입하고 연간 12만 유로(약 1억7000만 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전체 회원 44개사 가운데 한국 업체는 현대차와 한국타이어뿐이다.

뉘르부르크=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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