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곧 분위기 반등”… 문의전화는 잠잠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1978년에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이달 3일 재건축 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재건축조합장을 선출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궁금했습니다. 이런 제목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기사를 보면서 재건축을 기다리는 다른 아파트단지는 어떤 생각을 할까. 강남 재건축의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단지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서 최근 잇따라 건축심의가 통과되고 조합장이 선출됐습니다. 입주민들과 인근 부동산의 기대가 커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가봤더니 분위기가 예상보다 잠잠합니다. 속도는 붙었는데 시장은 여전히 관망세입니다. 부동산 시장 불황에 재건축 투자가치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4일 오후에 찾은 개포주공3단지에는 ‘축, 재건축 건축심의안 통과’라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업소 10여 곳이 몰려 있는 단지 상가에는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함만 감돌았습니다. 걸려오는 전화도, 문의를 하는 발걸음도 뜸했습니다.
상가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건축심의가 통과됐지만 걸려오는 문의전화는 하루 3, 4건에 불과하다”며 “10월에도 통틀어 4건밖에 거래되지 않았고 재건축 호재에도 집값 변동이 크게 없고 거래량도 예전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희망 섞인 기대를 내놓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매수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조합 집행부가 투명하고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하고 있어 곧 분위기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
최근 재건축 조합장을 선출한 잠실주공5단지는 어떨까요. 이곳은 제2롯데월드 등 인근 개발 호재까지 겹쳐 개포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이 단지는 조합원과 투자자 등 약 1200명이 모인 가운데 3일 재건축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조합장을 뽑았습니다. 떡 1500인분을 준비했는데도 총회 시작 전부터 동이 났다네요. 총회 이후 인근 부동산 업체에 걸려오는 문의전화도 50% 가까이 늘었습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지만 이미 7, 8월에 반영됐다는 분위기도 컸습니다. J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수자들이 지금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해 관망세에 있다”며 “이미 급매물이 다 빠져나간 상황에서 갑자기 매매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높은 투자가치로 투자자가 재건축 시장에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 구조가 변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사업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사업을 얼마나 빨리 추진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