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 드라마 속 과도한 PPL
‘꼭 상표를 클로즈업할 필요가 있나?’ ‘주인공들은 매일 같은 음료만 마시나?’ ‘특정 브랜드에서 옷을 사는 모습을 꼭 보여줘야 하나?’….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을 드러내는 장면을 바라보는 요즘 드라마 시청자들의 생각이다. 최근 드라마 제작환경은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를 PPL을 통해 충당해야 하는 상황. 따라서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제작진 입장을 고려한다면 시청자는 이를 감안하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장면에서 시청자는 밀려오는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를 의식하듯 최근 각 드라마는 ‘이 프로그램에는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다’고 고지하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PPL과 드라마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초점이 PPL로 기울면 드라마 전체 분위기가 망가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뜬금없는 장면이 1990년대의 분위기를 깬다. 1회에서 카메라는 극중 고아라의 화장대를 훑었다. 화장대에는 고아라가 현재 모델로 활동 중인, 극중 1990년대엔 존재하지 않았던 화장품이 놓여 있었다. 제작진의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노출이 의심되면서 제작진의 진정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면도기 브랜드의 모델인 최진혁은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에서 극중 아침마다 면도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광고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과도하게 노출되는 PPL은 시청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PPL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시청자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의 눈에 ‘옥에티’로 비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