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의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선후배의 우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10월 20일 끝난 한국오픈 시상식에 앞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형태(왼쪽)와 강성훈. 사진제공|KPGA
한국오픈에서 운명이 엇갈린 두 남자가 있다. 김형태(36)는 억울한 판정으로 우승을 놓친 불운의 주인공이 됐고,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은 뜻밖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상금왕까지 손에 넣은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둘은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가 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촉망받는 유망주에서 당당히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공통점이 많아서인지 둘은 필드 안팎에서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형태는 후배를 잘 이끌고, 강성훈은 그런 선배를 잘 따른다.
지난달 열린 2013 한국오픈에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내고 선배의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해 그린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성훈은 선배가 애매한 룰 판정으로 우승을 놓치게 되자 머쓱해졌다. 돈독했던 둘 사이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강성훈은 선배를 위해 응원과 함께 작은 선물까지 준비했다. 말은 못했지만 가만히 앉아 있다가 우승을 하게 된 자신이 왠지 선배의 우승을 낚아 챈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강성훈이 선배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득남한 아들을 위한 선물을 전달했다. 김형태는 지난 8월 KPGA선수권 우승 이후 한달 여 만에 첫 아들 현민 군을 얻었다.
김형태는 “어제(3일)도 통화했을 정도로 사이가 더 좋아졌다. 한국오픈이 끝나고 제주도에서 열린 투어챔피언십 때는 (강)성훈이네 집에 가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좋은 선물까지 받아 정말 고마웠다”라면서 “이제는 둘이 만나도 그날의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라고 고마워했다.
서로를 위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김형태는 “성훈이가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이번 대회에선 선배가 우승하세요. 저도 잘해서 2등 할게요’라며 응원해줬다”라며 “성훈이가 다시 미 PGA 웹닷컴 투어 Q스쿨에 출전한다고 하는 데 꼭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우승컵의 주인공은 바뀌었지만 선후배의 우정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