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이 직접 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수혜자를 선정하는 KT&G의 ‘기부청원제’가 한 단계 발전한 기업의 기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맨 위로부터) 기부청원제로 도움을 받은 수혜자가 KT&G에 보내 온 감사편지, 지역문화재를 보호하는 KT&G의 대표적인 사회봉사활동인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나선 임직원들, 복지기관 경차 1000대 지원을 기념해 100대의 경차로 꾸민 ‘1000’. 사진제공|KT&G
■ KT&G 신개념 기업 기부문화 ‘기부청원제’
기부하고 싶은 곳을 사내전산망에 제안
추천 댓글수 200개 이상이면 청원 채택
기금운영위 심사 통해 기부금액 등 결정
도입 후 수혜자 9명에 총 5000만원 지원
지난 3월 5일은 이들 부부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기다리던 아홉 번째 막내 정우(가명)가 세상의 빛을 본 것이다. 하지만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난 정우를 얻은 기쁨은 잠시. 정우가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새벽 청소 일에 나섰던 남편 박씨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 소식에 전씨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었다. 지원의 손길을 찾아 해당 군청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암담했다. 남편의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민사상 합의금이 있을 경우, 차상위 수급자 선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전 씨에게 희망을 준 KT&G ‘기부청원제’
이 때 전씨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는 KT&G 강원본부에서 근무하는 박용주 과장이었다. 박 과장은 지인으로부터 전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얼마 전 회사에서 도입한 ‘기부청원제’를 떠올렸다.
‘기부청원제’는 KT&G 임직원들이 주위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연을 사내전산망에 올리고, 이를 추천하는 댓글 수가 200개 이상일 경우 청원내용을 채택하는 제도이다. 채택 후에는 직원들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기부금액 등 제반사항을 정하는 KT&G의 독창적인 기부제도이다.
사내 전산망에 올라온 전씨의 막막한 사연에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2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청원이 채택되자 KT&G 사회공헌부에서는 가정방문을 통한 실사와 기금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씨에게 긴급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KT&G 기부청원제 포스터
● 한 단계 발전한 신개념 기업 기부문화로 조명 받아
지난 3월 기부청원제를 도입한 이래 KT&G는 전씨를 포함해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안타까운 사연의 수혜자 아홉 명을 선정해 총 5000만원을 지원했다. 다문화 가정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 노모 양,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교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교육대학생 안모 군, 선천성 평발로 거동이 힘들지만 과학자가 꿈이라는 중학생 송모 군 등이 그들이다.
지금까지 대기업 임직원들이 기부금 조성에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수혜자 선정까지 직원들이 나서서 참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임직원들이 직접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자신들이 손수 모은 기금의 수혜자를 선정하는 KT&G의 ‘기부청원제’는 한 단계 발전한 기업의 기부문화로 평가되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