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은 사소한 불편은 참고 넘긴다. 대기실의 의자 헝겊이 벗겨져 있어도 그저 시설이 나쁜 병원이라고 생각할 뿐 항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객이 그 병원에 대해 100% 만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분명 안 좋은 이미지로 기억할 것이고, 더이상 그 병원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 경영의 출발이다. 하지만 온전히 고객의 입장이 돼 보지 않고는 그들이 느끼는 세밀한 불편함까지 일일이 파악하기란 힘들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려 노력한다고 해도 실제 환자가 겪는 일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시시콜콜한 불편함까지 파악하기란 힘들다. 선병원에서 ‘CCO(Chief Client Officer·주요고객담당자)’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CCO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환자 동의하에 고객을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며 그들이 겪는 일을 그대로 체험해 본다. 진료실이나 입원실, 각종 검사실은 물론이고 수술실까지 따라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불만사항뿐 아니라 말로 직접 표현하지 않는 잠재적 애로점까지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선병원에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을 때 환자에게 헤드폰을 씌우고 음악을 틀어준다. 하지만 CCO들이 장비에 누워 직접 MRI 촬영을 체험한 결과 지나치게 음량이 커서 귀가 아플 정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환자들 중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지만 잠재적 불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즉시 볼륨을 조정했다.
선승훈 선병원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