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정부의 ‘위헌정당’ 판단 근거는
黃법무 “통진당, 대한민국 존립 위협”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과 의원직 상실선고를 청구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법무부가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하면서 든 근거는 △국민주권주의 및 시장경제질서 위배 △평화통일 원칙과 영토 조항 위배 △민주적 선거제도와 의회제도 부정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두 축인 선거와 의회제도를 통진당이 부정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진당은 대한민국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 선거를 투쟁으로 인식했다”며 “비례대표 부정경선,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중앙위원회 집단폭력 사건 등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정당 해산의 근거로 통진당의 최고 이념인 이른바 ‘진보적 민주주의’를 들었다. 통진당이 표방하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김일성이 1945년 10월 강연을 통해 밝힌 ‘진보적 민주주의’와 사실상 동일하다는 게 법무부의 분석이다. 북한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건국이념이자 대남 혁명전략이다. 법무부는 통진당이 이를 최고 이념으로 삼은 것 역시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통진당 외곽 지원조직인 진보정책연구원, CNP그룹, 사회동향연구소 등에도 종북성향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이 의원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당선되는 등 추종세력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당내에 학생·청소년특별위원회를 두고 한국대학생연합과 연계 활동을 벌이는 등 ‘차세대 종북세력’이 양성될 우려도 높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종북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처벌하거나 국회의 제명, 자격심사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거 일심회·왕재산 간첩단 사건과 비례대표 부정경선,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사건 등을 통해서 볼 때 통진당이 북한의 이념을 따르고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 경기동부연합 등 NL계열 세력 키워
통진당은 경기동부연합 중심의 주사파 민족해방(NL) 계열이 당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통진당의 모태는 2000년 1월 진보 진영과 노동계 주도로 창당한 민주노동당이다. 경기동부연합 등 NL 계열은 2001년경 민노당에 합류해 서서히 세를 키워 가다 2006년 2월 당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NL 계열은 지구당 선거 때마다 휘하 당원들을 대거 해당 지구로 이사시킨 뒤 투표에 참여토록 해 NL 계열 후보자를 당선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해 민노당 당직자들이 포함된 간첩사건인 일심회 사건이 터졌다. 이들 당직자는 당원명부 등 각종 정보를 북한에 넘겨줬다. 비당권파인 심상정 노회찬 등 민중민주(PD) 계열은 명백히 해당 행위를 한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의 징계를 주장했지만 당권파인 NL에 밀려 무산됐다. 결국 심상정 노회찬 등 PD 계열은 2008년 2월 탈당해 3월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12월 NL 당권파의 민노당은 유시민 천호선 중심의 국민참여당, 심상정 노회찬 등 진보신당 탈당파와 함께 야권 통합의 기치 아래 다시 뭉쳐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브리핑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9월 국민참여당계, 진보신당 탈당파, 그리고 민노당계 인천연합이 다시 통진당을 탈당해 지금의 정의당을 만들었고 통진당 지도부는 통합 전처럼 경기동부연합과 광주 전남 출신 NL계가 장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통진당 당원은 10만4692명이며 이 중 39.6%인 4만1444명이 당비를 냈다.
유성열 ryu@donga.com·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