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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일 소장 “단어풀이 辭典이 아닌 문명교류 事典입니다”

입력 | 2013-11-06 03:00:00

‘실크로드 사전’ 출간 정수일 소장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79·사진)이 15년에 걸쳐 편집·저술한 ‘실크로드 사전’(창비)을 출간했다. 실크로드를 동서로 잇는 3대 간선(幹線)인 오아시스로와 초원로, 해로, 그리고 남북을 잇는 5개 지선(支線)을 망라하는 정보를 집대성했다. 1100쪽 가까운 분량에 표제어 1907개, 색인 8015개, 컬러 사진 및 지도 350여 컷을 담았다.

5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소장은 “이 책은 실크로드 관련 단어의 뜻을 풀이하는 사전(辭典)이 아니라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대한 역사, 지리, 종교, 교역, 사상적 지식을 제공하는 사전(事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실크로드를 23차례 답사하고 다수의 문명교류서를 펴냈다.

이 사전은 실크로드 육로의 동쪽 끝을 중국 시안(西安)으로 규정한 중국과 일본 사전과 달리 한반도의 경주까지 이어진다고 규정했다. 경주에서 다량 출토된 유리제품인 로만글라스를 증거로 이미 4세기경에 경주에서 로마까지 문명교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아랍계 필리핀인 ‘무함마드 깐수’로 위장해 단국대 사학과 교수를 지내다 1996년 남파 간첩임이 밝혀져 5년을 복역한 뒤 전향해 풀려났다. 분단의 비극이 낳은 굴곡진 삶에도 그는 문명교류학을 개척한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사전 집필은 복역 중이던 1998년 4월 시작됐다. 주로 편지지 앞뒷면을 이용했고 도배하고 남은 도배지에도 글을 적었다.

정 소장은 “제 학문의 최종 목표는 문명교류학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연구계획을 담은 도표를 내밀었다. 그가 계획한 문명교류에 관한 저서 22권 중 ‘실크로드 사전’을 포함한 14권은 이미 출간됐고, 나머지는 집필 또는 준비 중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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