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3>정비불량 단속현장 따라가보니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 군포시 부곡동 한국복합물류터미널에서 군포시청 방향으로 나가는 출입구 인근 편도 2차로. 빈 트레일러를 단 주황색 15t짜리 트럭 트랙터(트레일러를 견인하는 차량)가 타이어 불량으로 단속에 걸렸다.
오른쪽 4번째와 5번째 외부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돼 바닥과 접촉하는 면인 트레드에 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타이어 하나는 3cm가량 뜯겨 있기까지 했다. 김영국 교통안전공단 경인본부 안전관리처 과장의 다그침에 화물차 운전사는 아무 말도 못했다.
○ 뜯긴 타이어, 테이프로 붙인 제동등
동아일보 취재팀은 정비 불량 화물차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 지방자치단체(군포시청), 교통안전공단의 합동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단속현장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사 대부분이 정비 불량에 무감각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정비 불량은 타이어 마모였다. 대형 화물차는 대부분 한쪽에 타이어를 2개씩 달기 때문에 하나가 터져도 달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이에 운전사들은 비용을 아끼려고 타이어 상태가 심각하게 마모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 하지만 도로에서 달리다 타이어가 터지면 파편이 튀어 다른 차량에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트레드 부분이 성인 검지 길이만큼 뜯겨 나간 타이어로 달리던 25t 트레일러도 있었다. 초록색 컨테이너를 실은 이 트레일러는 왼쪽 4번째 외부 타이어가 뜯긴 것은 물론이고 나머지 타이어들도 홈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만큼 닳아 민둥민둥했다. 단속을 하던 김 과장이 “(이 상태로) 달리다가 터져서 (타이어 조각이) 날아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묻자 운전사 한모 씨(69)는 “타이어 한 개에 50만 원인데 이 정도도 문제 삼으면 화물차 운전하는 사람들 다 못 산다”며 도리어 큰소리쳤다. 이 트레일러는 이날 타이어 불량, 제동등 파손, 측면보호대 파손 등 세 가지에 모두 걸렸다.
이날 점검한 화물차 67대 중 단속에 걸린 차량은 23대로 이 중 9대가 행정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14대는 계도처분을 받았다. 행정 또는 계도처분을 받은 운전사는 지적을 받은 사항을 정비한 뒤 증거자료를 지자체에 보내야 한다.
화물차의 정비 불량 실태는 단속현장뿐만 아니라 교통안전공단 정기점검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사업용 화물차는 공단에서 정기적으로 안전점검(대형차 기준으로 등록 2년까지는 1년, 이후부터 6개월마다)을 받게 돼 있다. 안전공단에서 201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점검을 받은 사업용 화물차 78만110대 중 원동장치에서 10.8%, 제동력에서 15.4%, 전조등에서 16.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도로 위 폭탄’
문제는 이런 이유들로 방치된 정비 불량 화물차가 언제 도로 위 다른 차량들을 덮치는 무시무시한 폭탄으로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2012년 사업용 화물차가 차량 자체적인 원인으로 일으킨 교통사고는 총 456건이다. 이 중 제동장치 불량과 타이어 불량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각각 77건과 2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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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과장은 “법에 따라 정비공장 허가를 위한 시설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이는 어떤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기준에 불과해 실제 제대로 정비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미흡하다”며 “일본이나 독일처럼 정비 후 시험테스트까지 법적으로 강제해야 화물차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포=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