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누리꾼 고소 올해 10여건
4개월 뒤 경찰 출석요구서가 도착하자 노 씨는 당황했다. 같은 사이트에 출석 요구서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담당 경찰의 항의에 노 씨는 “경찰서에 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7월 백 씨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노 씨를 포함한 누리꾼 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고소된 11명 가운데 7명은 혐의가 드러나지 않거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
악성 게시글 및 댓글, 성적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합성사진 등을 올리는 일명 악플러(인격 모독성 댓글을 올리는 사람)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소극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검거 및 기소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최근 경찰이 웹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를 사회 불안 요인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 것의 연장선상이다.
가수 백 씨에 대해 악성 글을 쓴 누리꾼은 17세 고등학생, 27세 회사원 등 10, 20대 남성들이었다. 담당 수사관은 “이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인터넷상에서 근거 없는 비방 글을 올리는 데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노 씨는 “기사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썼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예인이나 소속사가 누리꾼을 명예훼손 또는 모욕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올해만 10여 건에 이른다. 문제가 된 누리꾼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 수사해 검거로 이어진 사안도 늘었다. 배우 송혜교 씨의 ‘정치인 스폰서 루머’를 퍼뜨린 누리꾼 24명이 7월 약식기소된 데 이어 같은 달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를 성적으로 비하한 사진을 게재한 누리꾼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연예기획사도 악플에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3, 4년간 악플을 단 30대 누리꾼을 7월 경찰에 고소해 반성문을 받아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는 사내 법무팀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법무팀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연예인도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사법당국의 강경 대응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번 백 씨 사건에 대해서도 “엄벌을 통해 인터넷 게시판을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트위터에는 “백지영 씨, 학생이라고 초범이라고 절대 봐주지 마세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는 등의 트윗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학생이든 회사원이든 손가락 함부로 놀리는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다음에 이런 일이 없어진다”며 분개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