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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은 인격살인”… 연예인들 ‘사이버 모욕’ 이젠 안참는다

입력 | 2013-11-06 03:00:00

명예훼손 누리꾼 고소 올해 10여건




공익근무요원 노모 씨(19)는 6월 인터넷에서 ‘가수 백지영 씨가 유산했다’는 기사를 우연히 봤다. 댓글에는 근거 없이 백 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줄을 이었다. 노 씨도 장난 삼아 평소 이용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백지영 맨날 담배나 벅뻑(뻑뻑) 펴대고…’라는 글을 올렸다.

4개월 뒤 경찰 출석요구서가 도착하자 노 씨는 당황했다. 같은 사이트에 출석 요구서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담당 경찰의 항의에 노 씨는 “경찰서에 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7월 백 씨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노 씨를 포함한 누리꾼 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고소된 11명 가운데 7명은 혐의가 드러나지 않거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

악성 게시글 및 댓글, 성적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합성사진 등을 올리는 일명 악플러(인격 모독성 댓글을 올리는 사람)에 대한 경찰의 대응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소극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검거 및 기소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최근 경찰이 웹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를 사회 불안 요인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 것의 연장선상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인터넷상 명예훼손과 모욕 행위에 대한 고소가 접수될 경우 철저히 수사해 기소하는 방향으로 수사 방침이 강화됐다”며 “검찰 측에서도 같은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백 씨에 대해 악성 글을 쓴 누리꾼은 17세 고등학생, 27세 회사원 등 10, 20대 남성들이었다. 담당 수사관은 “이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인터넷상에서 근거 없는 비방 글을 올리는 데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노 씨는 “기사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썼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예인이나 소속사가 누리꾼을 명예훼손 또는 모욕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올해만 10여 건에 이른다. 문제가 된 누리꾼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 수사해 검거로 이어진 사안도 늘었다. 배우 송혜교 씨의 ‘정치인 스폰서 루머’를 퍼뜨린 누리꾼 24명이 7월 약식기소된 데 이어 같은 달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를 성적으로 비하한 사진을 게재한 누리꾼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연예기획사도 악플에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3, 4년간 악플을 단 30대 누리꾼을 7월 경찰에 고소해 반성문을 받아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는 사내 법무팀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법무팀을 따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연예인도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사법당국의 강경 대응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번 백 씨 사건에 대해서도 “엄벌을 통해 인터넷 게시판을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트위터에는 “백지영 씨, 학생이라고 초범이라고 절대 봐주지 마세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는 등의 트윗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학생이든 회사원이든 손가락 함부로 놀리는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다음에 이런 일이 없어진다”며 분개했다.

임병숙 수서서 수사과장은 “일반인 사이에서도 악플 같은 ‘사이버 모욕’을 적극적으로 규명하고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권리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