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깊어가는 시름
본보 2012년 11월 24일자 A10면 PDF.
그리고 1년이 지났다. 4일 오후 3시경 홍익문고를 찾았을 때 서점 안은 한산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둘러보았지만 손님은 모두 7명뿐. 녹색 유니폼 차림의 직원이 더 많았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 대표를 맡았던 양리리 씨(37)는 “문화적 가치를 생각하면 서점을 지킨 것은 잘한 일이지만 힘들게 서점을 경영하는 박 사장님 처지를 고려하면 과연 잘한 일인지 후회도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익문고의 매출액은 지난 1년 동안 10% 이상 줄었다. 많은 사람이 홍익문고 지키기에 나섰지만 서점에 얽힌 추억만 되새김질했을 뿐 책 구매 운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 사장은 “그래도 시민들 지지 덕분에 서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처음 서점을 물려받았을 때는 아버지의 뜻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서점 100년 역사를 꼭 채우겠다는 사명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도 올해 안에 홍익문고 앞 연세로의 170m 구간에 국내 유명 작가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을 설치하는 ‘문학의 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홍익문고도 매달 독서토론회와 백일장을 열어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박 사장은 “홍익문고 지키기에 힘을 보탠 시민 덕분에 문학의 거리가 조성됐다. 문학과 서점이 잘 조화를 이뤄 거리도, 서점도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 전인 2004년 1월 30일 홍익문고 창업자인 박인철 씨는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발언대에 ‘온-오프라인 서점 함께 사는 길’이란 글을 쓴 바 있다. 인터넷 서점의 왜곡된 상술로 지역사회에 문화를 전하는 실핏줄 같은 중소 서점이 도산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이었다.
2003년 말 2247개에 달했던 서점은 2011년 말 1752개로 급감했다. 할인경쟁을 앞세워 중소 서점을 위협했던 인터넷 서점도 요즘 매출액이 줄고 있다. 중소 서점이 줄어들면서 사람과 책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탓이라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박 사장은 “도서정가제를 꼭 시행해야 동네 서점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이 동네 서점에서 책을 읽고 만져봐야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골라 볼 수 있어요. 맞지 않는 책을 그저 싸다고 사서 읽다간 오히려 책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