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유민주 헌법에 ‘통진당의 존폐’를 묻다

입력 | 2013-11-06 03:00:00

정부 “통진당, 北사회주의 추구”
헌정 첫 정당해산 헌재심판 청구… 의원직 상실 선고도 함께 신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헌법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는 어느 선일까.

정부가 5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한 것은 아무리 사상 및 정당 활동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 해도 그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정당 활동은 용인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만약 통진당이 위헌 정당으로 결정된다면 앞으로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 체제 내에선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념과 사상을 추구하는 세력을 공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정부는 통진당의 이념을 ‘북한식 사회주의의 추구’라고 판단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이 의결된 직후 브리핑을 하고 “통진당은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통진당이 최고 이념으로 삼고 있는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김일성이 주장한 대남 혁명 전략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아울러 통진당 소속 의원직 상실 선고 청구, 정당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함께 의결해 헌재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전자결재로 청구안을 재가했다. 헌재는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이석기 통진당 의원 등의 내란 음모 사건 이후 종북 세력의 활동이 더는 방치하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란 음모 사건 등으로 통진당의 실체가 드러난 이상 과거와 같은 ‘용공 조작’이나 ‘야당 탄압’ 논란이 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한편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본 것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은 공당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보수층의 여론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 과연 통진당의 강령과 이념, 활동이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했느냐를 놓고 첨예한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우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정의를 내린 뒤 이것이 통진당의 강령 활동과 얼마나 배치되는지 비교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정도가 정당 해산에까지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와는 별개로 정당의 존립 여부를 헌재 결정이라는 강제적 수단에 맡기는 게 과연 타당한지를 놓고도 거센 찬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의 최고 해석기관인 헌재가 헌법 규정(제8조 4항)에 따라 심의하는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견과 ‘정당에 대한 심판은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걸러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뜨겁게 맞붙고 있다. 정당 강제 해산이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가 역사적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