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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김옥균 日망명시절 유품 고향으로 돌아온다

입력 | 2013-11-07 03:00:00

공주시 ‘김옥균 10년의 기록’ 展
친필 휘호-소반 등 31점 전시… ‘근대화 상징’ 재평가 활발해질듯




이태묵 공주시 시민국장이 공주시가 일본의 개인 소장가에게서 기증받은 김옥균 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나머지 전시품 29점은 일본의 소장가 등에게서 대여받았는데 조만간 아예 기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갑신정변(甲申政變)을 주도한 개화파 정치인 김옥균(1851∼1894)은 ‘역사의 혁명가’로, ‘시대의 이단아’로 평가가 엇갈린다. ‘근대화의 선각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친일파’라는 낙인이 찍혀 있기도 하다.

충남 공주시가 그를 조명하기 위한 ‘김옥균 일본 망명 10년의 기록’ 특별전을 마련했지만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공주가 낳은 인물이라는 이유로 객관적 평가를 결여했다는 비난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이번 전시 이후 그의 일본 망명 시절 유품 30여 점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돼서 활발한 재조명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 ‘역사 평가 유보한’ 전시회

특별전은 내달 8일까지 웅진동 고마복합예술센터 3층 역사인물 전시관에서 열린다. 태어나서 청년기까지, 고위 관료로서 개화를 추진하던 시기, 일본 망명 시기 등 3가지 주제로 그의 일생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망명 생활 중 남긴 친필 휘호 24점을 포함한 총 31점이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친필 휘호 가운데에는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심경을 담은 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공주시 정안면에서 태어난 김옥균은 학문과 시서화에 두루 탁월했다. 22세에 장원급제해 관료로 나섰고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갑신정변은 일본과 중국의 선진 문물을 보고 조선의 현실을 깨달은 그가 조선의 개화를 추진하다가 수구파에 의해 좌절되자 일으켰던 무력 혁명이다. 김옥균은 그 후 일본으로 망명해 낭인처럼 떠돌다 1894년 중국 상하이에서 홍종우에게 살해당해 능지처참됐다.

생애를 소개한 코너에는 1935년 1월 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김옥균은 일본이 동방의 영국이라면 우리는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불란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그의 꿈이었고 유일한 야심이었다’는 서재필 박사의 글 ‘회고 갑신정변’이 소개돼 있다.

엇갈린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이준원 공주시장은 전시회 팸플릿의 인사말에서 감정 이입을 삼갔다. ‘김옥균 선생은 공주 출신의 역사인물로 한국 근대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주시의 역사인물을 재조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유품 고국 품으로…재조명 활기 띨 듯

공주시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사료를 통해 김옥균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전시관 한쪽에는 김옥균이 1889년 고종에게 올렸다는 상소문의 내용이 내걸렸다. ‘갑신년의 거사는 나라를 위한 거사였거니와 일본의 힘을 빌린 것에 대해 비평하는 자가 있으나 그것은 당시 상황에서 부득이하여 한 일입니다. 신을 역적이라고 함은 무슨 까닭입니까. 청은 조선을 보호해 줄 힘이 없거니와 일본도 믿을 바는 못 됩니다. 지금 폐하는 어떤 방책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어 가십니까.’

전시 유품은 일본의 김옥균연구회(회장 변동운·재일교포 2세)와 일본 삿포로 시 등이 기증하거나 대여한 것들이다. 이 시장은 일본 내 김옥균 망명지를 직접 방문해 유품 소장자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했다. 개인 소장자인 사쿠라이 레이코 씨는 친필 휘호 1점과 김옥균 소반 1점을 공주시에 기증했다.

이태묵 공주시 시민국장은 “김옥균 선생을 친일파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시각이 있어 특별전을 마련하면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며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면서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성공을 거두면 연구회나 삿포로 시, 개인 소장가들이 대여한 유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유품들이 고국의 품에 안기면 재조명 작업도 더불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의 041-840-8913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