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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공공문장 쉽고 바르게” 하동군이 먼저 나섰다

입력 | 2013-11-07 03:00:00

전국 지자체 최초로 사업 추진




‘회남재(回南峙)→회남재(回南재)’ ‘선현의 유언→선현의 말’ ‘악양면 등촌리와 청암면 묵계리를 넘나드는→악양면 등촌리와 청암면 묵계리를 잇는….’

조선의 대표적 선비인 남명 조식 선생이 경남 산청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산 너머 하동 악양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가 되돌아간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회남재다. 이 회남재 나무 안내판을 지난해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 관계자가 적확한 표현과 내용으로 다듬어 하동군에 연락을 했다. 의례적인 답변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하동군은 즉각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보호수로 지정된 악양면 매계리 ‘11천송’에 대한 감수도 요청했다. 11천송은 실제 11그루 소나무 군락이지만 멀리서 보면 웅장한 한 그루로 보인다.

이런 인연으로 하동군이 우리글진흥원과 손잡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쉽고 올바른 공공 문장 쓰기 사업’을 추진한다. 하동군은 5일 “주민들에게는 군정을 제대로 알리고, 관광객에게는 문화 관광도시 하동을 품격 있게 홍보하기 위해 우리글진흥원의 감수를 받아 이 사업을 내년 3월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은 제대로 쓰기 대상으로 우선 △주민이 알아야 할 생활정보문 △하동관광 8경 등 관광문화유적 안내문 △버스터미널, 전통시장 다중 이용시설 간판 △민선 5기 핵심 홍보물 △군에서 만든 어려운 민원 양식 등을 선정했다. 공공문장과 관련한 순화운동이나 보고서를 내놓은 자치단체는 더러 있었지만 정규 사업에 포함시켜 전문가 손을 거친 곳은 드물었다.

하동군 국어책임관인 김철수 문화관광과장은 “공공문서 작성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글진흥원과 함께 매뉴얼을 만들어 전체 직원이 공유할 계획”이라며 “매뉴얼에는 기본적인 어문규칙, 문장작성 원칙, 틀리기 쉬운 표현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군은 올 2월 22일 군청 회의실에서 양영채 우리글진흥원 사무총장을 초빙해 ‘자치단체와 공공문장의 역할’에 대한 특강을 마련했다. 조만간 ‘보도자료와 공공문서’를 주제로 한 특강도 할 예정이다. 특강에는 읍 면장과 본청 6급 이상 간부, 관심 있는 공무원 등이 참석한다. 하동 출신인 양 사무총장은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와 나남출판 편집국장을 거쳐 출판사인 맹모지교 대표로 있다.

조유행 하동군수(67)는 “읽는 사람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행정기관이 일방적인 공공문장을 만들어 소통과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 차원 높은 공공문장을 통해 다른 자치단체의 본보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학 수도(首都)’를 표방하는 하동군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김동리 단편소설 ‘역마’, 이병주 장편소설 ‘지리산’의 무대로 유명하다. 매년 가을 토지문학제가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일원에서 열린다.

한편 우리글진흥원은 현직 언론인과 교사 등이 참여해 공공(公共) 공간에 노출된 글의 오남용을 바루는 일과 취약계층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글 지원 사업, 바르고 고운 우리글 쓰기 운동 등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