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애널리스트 데이… 중장기 전략-비전 제시
권오현 부회장 “삼성, 성장 가능성 충분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고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글로벌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 데이를 개최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 행사에는 권오현 부회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신종균 IM부문 사장, 윤부근 CE부문 사장,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지원에 나섰다.
한 시간 간격으로 무대에 오른 사장단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글로벌 R&D, 적극적인 M&A, 철저한 브랜드 관리 등 세 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아직 삼성전자가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장담했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약 140억 달러(약 14조8400억 원)를 R&D에 투자했다”며 “이는 2010년 80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액수”라고 말했다. R&D 인력도 끊임없이 확보하고 있다. 2010년 1만5000명이던 R&D 전문인력은 현재 8만여 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 중 2만5000명이 해외의 ‘핵심 두뇌’들이다. 한국의 두뇌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전체 직원 32만6000명 가운데 25%가 순수 R&D 인재”라며 “이들은 5년 앞, 그리고 그 이후까지 내다보며 일반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소재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신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사장단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전자뿐만 아니라 생활, 헬스케어를 포괄한 미래 유망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실장은 “이제까지 삼성은 미국 기업들에 비해 M&A에 소극적이었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와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14개 회사를 인수했고,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M&A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의료기기 업계에서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新樹種)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1조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 부회장은 “아직 의료기기 사업이 초기 단계이지만 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고해상도의 소형 휴대용 의료장비를 개발해 업계를 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일각에서는 ‘삼성이 더 성장할 수 있을까’란 말이 나오지만 우리는 분명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2009년 1000억 달러이던 매출은 약속했던 대로 2020년에는 4000억 달러가 돼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