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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못할땐 가만있더니…” 여자축구구단 이중성

입력 | 2013-11-07 03:00:00

박은선 性정체성 제기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어떻게 한 사람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나?”

한국여자축구연맹 W-K리그 지도자들이 박은선(서울시청)의 성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한 소식이 알려지자 6일 축구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한 원로는 “참 축구인들이 너무하다. 자기 살려고 남을 깎아내리고…. 한국축구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망가졌나”라며 안타까워했다.

180cm, 74kg의 건장한 체구인 박은선은 과거부터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려 왔고 이 때문에 방황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마음을 다잡고 축구에 전념해 올해 1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해 W-K리그 5위이던 팀은 2위로 뛰어올랐다.

원로들은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복잡한 애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 박은선이란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박은선을 걱정했다.

다행히 박은선은 당당했다. 박은선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만든 나이고 얼마나 노력해서 얻은 것인데 더이상 포기 안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성별 검사를 한두 번 받은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도 같은 논란에 수치심을 느꼈는데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와 이 소식을 들은 우리 엄마, 오빠와 언니는 어떨 것 같나. 피눈물 흘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고교 졸업 때 날 데려가려고 많은 감독님들이 잘해 주다가 돌변했는데 지금도 그렇다”며 분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은 박은선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또다시 성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도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팀 지도자들은 지난달 19일 비공식으로 만났고 연맹에 제안할 요구를 1일 연맹에 팩스로 보냈다. 그중에는 ‘박은선의 성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14년 리그에 불참하겠다’는 항목도 있었다. 감독들은 파장이 커지자 발을 빼며 항간에 떠도는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이 잘되니 배가 아프다’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이런 이기주의를 본 팬들은 여자축구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미 비난 댓글이 넘쳐 나고 있다.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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