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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마약 취급”… 누리꾼 13만명 반대 서명

입력 | 2013-11-07 03:00:00

새누리 신의진 의원 발의 ‘게임중독법’ 논란… 업계도 “게임산업 규제 의도” 반발
申의원은 “치료-예방 목적… 억울”




6일 오전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선 ‘게임중독법’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게임중독법이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사진)이 4월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제정안을 누리꾼들이 줄여 부르는 말. 동시에 신 의원의 홈페이지는 법안 발의에 항의하려는 방문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접속이 끊겼다. 지난달부터 법안에 대한 온라인 반대서명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홈페이지도 방문객이 몰리면서 오후 한때 열리지 않았다.

이 법안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데는 이날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가 영향을 미쳤다. 여가위는 올해 가장 인기를 끈 게임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오진호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오 대표는 “쿨링오프제(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 진행에 따른 보상을 더이상 얻을 수 없는 방식)를 도입하겠느냐”는 민주당 백재현 의원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신 의원의 법안은 지난달 초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게임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황 대표는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중독을 ‘4대 중독’으로 규정한 뒤 “중독예방관리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국무총리 아래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둬야 한다”며 법안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K-IDEA 회장을 맡은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이 “게임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인데 ‘4대 중독’에 포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게임업계에선 “게임을 마약, 도박 같은 유해·중독물질로 분류하는 것은 게임산업 종사자의 자존심을 꺾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게임중독 등을 국가가 관리하는 기본법이 만들어질 경우 향후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가 하나둘씩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특히 1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이 법안과 함께 통과되면 연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중독치유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대형 게임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K-IDEA는 지난달 말부터 게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반대서명에 나섰고 지금까지 누리꾼 13만 명이 동참했다.

신 의원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 의원 측은 “게임산업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게임중독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중독을 예방하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치료·예방기구를 통합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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