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166일 만인 9월 재가동한 개성공단에서 짐을 싸는 기업이 늘고 있다. 남북 간 정치·군사적 대립으로 개성공단이 5개월 이상 문을 닫는 사태를 겪은 뒤 개성공단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기업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3개사가 공단 내 기업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1곳은 아예 철수할 계획이다. 토지까지 분양받고 기다리다 사업을 포기한 회사도 7곳이고, 남북경협보험금을 받았지만 경영난 때문에 존폐의 기로에 선 회사도 20여 곳이나 된다. 현재 123개의 입주 기업 중 30% 정도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개성 탈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입주 기업들의 실제 가동률도 50∼60% 수준이라고 한다.
개성공단 이탈의 주된 요인은 ‘북한 리스크’다. ‘추후 정치적인 이유에 의한 일방적인 폐쇄는 없다’고 남북한이 문서로 약속했지만 북한이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간 공단이 문을 닫았을 때 떠나 버린 바이어들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없다. 벼랑 끝에 선 ‘한계기업’들도 개성에서 고사(枯死)하느니 차라리 미얀마 등지로 공장을 옮기려 하고 있다.
북한 변수만 문제가 아니다. 단순제조업 위주로 운영되는 현 상황을 바꾸지 못해도 개성공단의 미래는 어둡다. 남북 모두 공단의 국제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의 보장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모든 공업지구가 보장하는 기초 인프라조차 확보하지 못하고서 개성공단의 발전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