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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짐 싸는 기업 늘어나면 개성공단 미래 없다

입력 | 2013-11-07 03:00:00


중단 166일 만인 9월 재가동한 개성공단에서 짐을 싸는 기업이 늘고 있다. 남북 간 정치·군사적 대립으로 개성공단이 5개월 이상 문을 닫는 사태를 겪은 뒤 개성공단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기업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3개사가 공단 내 기업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1곳은 아예 철수할 계획이다. 토지까지 분양받고 기다리다 사업을 포기한 회사도 7곳이고, 남북경협보험금을 받았지만 경영난 때문에 존폐의 기로에 선 회사도 20여 곳이나 된다. 현재 123개의 입주 기업 중 30% 정도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개성 탈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입주 기업들의 실제 가동률도 50∼60% 수준이라고 한다.

개성공단 이탈의 주된 요인은 ‘북한 리스크’다. ‘추후 정치적인 이유에 의한 일방적인 폐쇄는 없다’고 남북한이 문서로 약속했지만 북한이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간 공단이 문을 닫았을 때 떠나 버린 바이어들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없다. 벼랑 끝에 선 ‘한계기업’들도 개성에서 고사(枯死)하느니 차라리 미얀마 등지로 공장을 옮기려 하고 있다.

북한은 15억9000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13, 14개의 특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남북 군사경계선 인근의 황해남도 강령군에는 ‘국제녹색모범기지’를 개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에서 기업이 사업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다른 곳의 외자 유치 계획은 백일몽(白日夢)에 그칠 개연성이 크다.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게 자본의 철칙이다. 나진·선봉지구와 황금평 개발 사업이 실패한 이유를 북한은 곱씹어 봐야 한다.

북한 변수만 문제가 아니다. 단순제조업 위주로 운영되는 현 상황을 바꾸지 못해도 개성공단의 미래는 어둡다. 남북 모두 공단의 국제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의 보장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모든 공업지구가 보장하는 기초 인프라조차 확보하지 못하고서 개성공단의 발전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