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상공회의소 등 일본의 4개 경제단체가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논란과 관련해 어제 회장 공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경제계는 성명에서 “한일 경제관계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을 기초로 지금까지 순조롭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성명은 이어 “한반도 출신의 민간인 징용 노동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청구권 문제는 한국에 대한 투자와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고 양국 경제관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 성명이 과거에 대한 평가보다 미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데 무게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강제 징용 근로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배상 소송에 대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배상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 사법부 역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왔다. 일본 경제계의 성명도 일본 정부 및 법원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일본 기업들이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올 들어 서울고법, 부산고법, 광주지법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나 유족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 한국 법원의 판결은 국가 간에 협정을 맺었다고 해서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양국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강제 징용 갈등은 기존의 과거사(교과서), 독도, 위안부 문제에 이어 새로운 불씨로 대두됐다는 점, 지금까지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의 갈등이 사법부와 경제계로 비화됐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일본 경제계가 성명에서 투자와 비즈니스 위축을 거론한 점도 예전과 달라진 태도다. 한일 양국은 감정적 대립을 최대한 자제하고 타협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