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병 뇌혈관 희귀난치병)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했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집에서 밝힌 ‘4대 중증질환의 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메우려면 국민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문제는 대선의 핫이슈였다. TV토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가 4대 중증질환의 재정 소요로 연간 1조5000억 원을 제시했는데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암 환자 의료비 부담만 1조5000억 원”이라고 새누리당 공약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민주당의 ‘질병 종류와 상관없이 환자 부담 연 100만 원 상한제’ 공약도 비현실적인 건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2013∼2017년 누계기준 약 8조9900억 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4조5700억 원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을 활용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나머지는 건보재정의 효율적 관리와 건보료를 약간 인상해 마련하되 인상률을 매년 1.7∼2.6%에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진료비는 연평균 8.2%나 늘어났다.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는 앞으로 급증할 것이다. 새누리당 공약대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까지 건보료로 해결하려면 그 정도의 건보료 인상으로는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방문 중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영국은 재정과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를 접고 있다.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복지제도의 요체”라고 말했다. 무리한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 재정을 쥐어짜거나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정부는 복지공약을 합리적으로 수정하고 건보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종합적 건보 안정대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