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그가 인용한 독일어 문헌의 저자 중에 K. Rogal이란 이름이 있다. 문외한인 나는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그것이 클라우스 로갈(Klaus Rogall)임을 알아냈다. Rogal은 Rogall의 오기였다. 알고 보니 로갈은 위법증거 분야에서 꽤 알려진 학자였다. 그러나 조 교수는 논문에 다섯 군데 쓴 로갈을 모두 틀리게 썼다. 물론 실수로 Rogall을 Rogal로 쓸 수 있다. 이상한 것은 그가 독일어 문헌을 인용할 때는 극히 저명한 몇몇 학자를 빼고는 모두 뎅커(Dencker)처럼 성만 쓰거나 K. 로갈처럼 이름 부분을 이니셜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명은 각주에는 줄여 쓰더라도 참고문헌에는 풀 네임(full name)을 밝혀주는 것이 올바른 표기다. 조 교수는 영어와 일본 문헌의 저자는 모두 풀 네임을 써주고 있다. 독일 학자도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로 쓴 문헌을 인용한 때는 반드시 풀 네임을 쓰고 있다. 유독 독일어로 쓴 독일 학자만 각주에도 참고문헌에도 풀 네임이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 참고문헌부터 보라는 얘기가 있다. 참고문헌을 보면 그 책의 수준이 드러난다. 참고문헌이 본문에 반영된 것이 각주다. 조 교수 논문의 각주와 참고문헌에는 여러 가지 오류가 있지만 여기선 체계적인 오류만 살펴봤다. 조 교수는 과거 표절에 관한 한 강연에서 ‘각주 절도’도 표절의 한 형태로 든 바 있다. 유독 독일어 문헌의 저서들에만 저자의 풀 네임이 없다는 것, 각주의 쪽수를 참고문헌에까지 그대로 옮긴 것은 조 교수가 직접 문헌을 보고 각주를 달았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조 교수의 논문을 읽으면서 이 논문의 독일 편도 실은 영어 문헌에 크게 의존해 작성됐다고 느꼈다. 조 교수의 독일어는 이 논문을 쓸 당시에도 불안하다. 영어로 쓰인 논문이므로 독일어를 많이 표기한 것도 아닌데 독일어 오기가 많다. 그런데도 그는 독일의 판례를 직접 독일어 원문을 보고 인용한 것처럼 쓰고 있다. 사실 이 점이 이 논문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어느 나라든 판결문은 그 나라의 가장 어려운 문헌 중 하나다. 조 교수의 독일어 실력으로 독일 판결문을 직접 읽었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조 교수는 학자다. 조 교수가 정치인이나 연예인이었다면 그의 논문에 관심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조 교수에 대해서는 변희재 씨 측으로부터 제기된 표절 의혹도 있다. 그 의혹에도 일리가 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엄격하게 조 교수의 박사논문을 심사해 봤으면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