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규 서울대 초빙교수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보통합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것은 유아교육기관의 자율성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교육과정에 대한 통제다. 교육당국은 누리과정 운영시간을 현행 3교시에서 5교시로 확대함으로써 교육기관 나름의 특기적성교육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누리과정은 모든 아동이 동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한 것이고 수업료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므로, 정해진 수업시간 동안에는 누리교육과정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누리과정은 개별 유아교육기관의 최소 질 관리를 위한 참고용이지, 모든 유아교육기관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누리과정이 잘못 운영되면 유아교육의 획일화로 인한 질의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교육당국이 사립 유치원의 경영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우려다. 현재 사립학교법에는 유치원의 경영을 사인과 법인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므로 자격 있는 개인의 유치원 경영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공립 유치원이 사립 유치원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해 교육당국이 애를 쓰고 있지 않은가 하고 유아교육계는 걱정하고 있다. 보육과 유아교육은 공동체적 온화함과 가족 같은 작은 단위의 운영이 적절하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 주로 맡아온 것이다. 결국 공립이 좋은가, 사립이 좋은가 하는 점은 아동과 그 부모가 보육과 유아교육의 질과 다양성을 보고 판단할 문제다. 따라서 사립과 공립 유치원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은 공정하고 통합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보육과 유아교육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영유아의 양육과 교육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육아휴직제도나 양육수당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유아교육기관이 할 일은 보육과 유아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도록 부모와 협력하는 일이다. 보육과 유아교육에서 아동의 학습권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유아교육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임해규 서울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