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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트위터, 대선승패 영향 못 미쳤을 것” 64%

입력 | 2013-11-07 03:00:00

[정국 현안 여론조사]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국민 다수는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 및 트위터 활동에 대해 ‘조직적 개입’이라고 보면서도 대선 승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이 주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6일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야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의혹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의 댓글 및 트위터 활동이 대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7%는 “대선 승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근소한 차이지만 앞서고 있던 데다 108만 표가량의 득표 차가 났던 만큼 국민 다수는 국정원 일부 직원의 댓글·트위터 활동이 승패를 가를 만한 ‘결정적 변수’로는 작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선 승패를 뒤집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응답은 29.1%였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영남권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55.4%, 30대 64.9%가 댓글·트위터 활동이 대선 승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했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선 각각 77.2%, 59.5%였다.

하지만 정치 성향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절반이 넘는 53.0%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고,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응답이 80.0%로 나타났다.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활동 자체에 대해선 응답자의 50.3%가 ‘조직적 대선 개입’으로 판단했다. 국정원이 주장하는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에 대한 응답은 38.1%에 불과했다. 이는 국정원이 4일 국정감사에서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과 관련해 “대북심리전은 기본 임무이나 지침이 없어 (선거 기간) 일탈이 있었다. 조직적 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국민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들의 댓글·트위터 활동을 국정원 내부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압수수색과 공소장 변경 등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수사팀장 교체 등도 국민이 보기에는 국정원이 조직적 개입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차이가 컸다. 특히 30대는 71.1%가 조직적 개입이라고 답했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선 같은 답변이 각각 43.1%와 26.9%에 그쳤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야권이 제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선 52.0%가 동의하지 않았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22.7%였고,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29.3%였다. 민주당이 연일 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동의한다’(32.3%) ‘매우 동의한다’(12.7%) 등 찬성 의견은 45.0%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선 국민 10명 중 7명이 ‘정치개입 금지’를 꼽았다. 응답자의 73.1%가 ‘국내 업무는 계속하되 정치 개입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혁안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10월 8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운영이든 조직이든 정치 개입을 안 하고, 이적단체와 간첩 적발 등 국내외 활동에 대한 융합을 생각하고 있으며, 국내 수사파트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내 업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4.1%에 불과했다.

국민은 대공수사권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의 손을 들어줬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이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강화 논란과 관련된 질문에 64.5%는 ‘숨어 있는 간첩, 종북세력 색출을 위해 수사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야권의 주장대로 ‘남용, 악용의 가능성이 크므로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6.0%로 나왔다. 세대별로도 모든 연령층에서 절반 이상이 ‘수사권 강화’를 꼽았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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