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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빵 하나 굽더라도 장인정신으로”

입력 | 2013-11-08 03:00:00

롯데百 광주점에 입점하는 토종 빵집 ‘베비에르 과자점’
1991년 작은 동네빵집서 시작… 이스트 안쓰고 친환경 유기농 고집
‘건강한 빵 만든다’ 입소문 타… 4개 매장서 年 25억 매출 성장
“동네빵집은 한가지 맛으로 승부”




3개월 전 문을 연 베비에르 봉선점 앞에 선 마옥천 대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의 토종 빵집인 ‘베비에르 과자점’은 서울의 김영모 과자점, 부산 겐츠 과자점, 대구 풍미당, 대전 성심당, 전북 군산 이성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향토 제과점이다. 1991년 서구 월산동 돌고개에서 33m² 남짓한 작은 동네 빵집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본점 등 4개 매장에서 연 2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명물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공세에 밀려 동네 빵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 베비에르는 친환경 재료를 고집하며 독특한 판매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아갔다. ‘맛 좋은 빵보다 건강한 빵을 만든다’는 마옥천 대표(46)의 신념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베비에르 과자점이 내년 1월 롯데백화점 광주점에 입점하게 된 것이다.

입점을 먼저 제안한 것은 롯데백화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베비에르 과자점이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고 기업형이 아닌 소상공인이라는 점,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3년 전부터 입점을 권했지만 마 대표는 고사했다. 제과 기능장인 마 대표는 “오랫동안 독자적으로 꾸려오던 방식에 익숙한 데다 매장 운영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의 계속된 제의에 마 대표는 최근 입점을 결정했다. 석 달 전 문을 연 봉선점이 정상 궤도에 올랐고 백화점의 수준 높은 고객서비스 기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 대표는 백화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에 제빵 설비를 갖춘 작업실을 설치하고 크림치즈와 레몬이 들어간 ‘모찌모찌’ ‘블루베리 찰빵’ 등 60여 종의 친환경·유기농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베비에르 과자점은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밀가루와 유산균, 발효종을 사용해 빵을 만든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초빙한 셰프들이 1, 2주 정도 머물면서 직원들에게 제빵 노하우를 알려주고 메뉴를 함께 개발하는 것도 대형 프랜차이즈 틈바구니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직원들은 들어온 지 2년이 지나면 일본으로 연수 겸 여행을 간다. 5년차부터는 유럽에서 견문을 넓힌다. 매장마다 시식코너를 만들어 놓고 손님들이 맛을 보고 빵을 사가도록 한다. 당일생산, 당일판매를 목표로 하고 남은 빵은 매일 보육원이나 양로원, 장애인복지시설에 보내준다.

‘건강한 빵’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프랜차이즈 문의도 늘어나고 있지만 마 대표는 정중히 사절한다. 빵을 제대로 아는 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마 대표는 “빵 하나를 굽더라도 장인정신이 없으면 안 된다”며 “직원 중에서 근무 경력이 10년을 넘으면 분점을 내줄 생각인데 10년이 넘은 직원이 한 명밖에 없어 추가로 분점을 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웃었다.

마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리고 있는 동네 빵집 업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토종 제과점은 마케팅이나 자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맛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빵이나 케이크, 쿠키, 도넛 같은 품목 중에서 자신 있는 한 가지로 승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손님들이 그 맛을 알고 꼭 다시 찾아옵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