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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동남아도 집단자위권 대상”

입력 | 2013-11-08 03:00:00

이시바 자민 간사장 베트남 등 거론
中견제 내세워 군사적 영향력 확대… 동남아선 “군사협력 환영” 반겨




일본이 동남아시아 국가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에 포함시킬 의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동남아 국가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반기는 편이다.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일본과 동남아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일본의 군사력 확장 의도에 불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간사장은 6일 민영 TV방송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 대상 국가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예로 들면서“이 국가들이 공격을 받을 경우 아시아태평양 전체의 (군사) 균형이 크게 무너진다. 일본으로서는 사활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니라고 해서 자위대를 보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도쿄신문은 해양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대상국에 동남아 국가를 포함시킨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일본이 동남아에 쏟는 정성은 극진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취임 후 첫 순방국으로 올해 1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국을 선택했다.

그 후 7월에는 필리핀을 방문해 일본 경비정 10척을 대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베트남에 대해서도 경비정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중순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방문한다. 그 경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을 모두 방문하게 된다.

동남아 국가들은 일본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9일 브루나이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뿐 아니라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 안전보장 전략 등을 설명했을 때 부정적 반응은 전혀 없었다고 산케이신문이 다음 날 보도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의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외교장관은 지난해 12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매우 환영한다.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균형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 공백을 일본이 메워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및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국가들은 일본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 역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어 동남아의 공감을 얻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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