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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CAFE]이외수 “스스로 갇히는 것도 씻지 않는 것도 자유다”

입력 | 2013-11-08 07:00:00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이외수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서 얻는 지혜와 깨달음을 담은 신작 에세이 ‘마음에서 마음으로’를 펴냈다. 스포츠동아DB


■ 에세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낸 소설가 이외수

예순일곱 ‘청년’ 이외수 대담형식 에세이
집필 위해 자체 수감·4년에 한 번 목욕 등
실제 에피소드 통해 인생의 깨달음 설파


괴벽, 바보 같은 천재, 기행과 파격의 작가, 트위터 대통령….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남다르다. 특유의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작가. 그렇다. 소설가 이외수(67)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채로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 온 이외수가 도톰한 책을 들고 겨울의 길목에서 움츠리고 있는 독자들을 찾아왔다. ‘마음에서 마음으로(김영사 펴냄)’라는 타이틀을 달고 ‘생각하지 말고 느끼기, 알려하지 말고 깨닫기’라는 푸근한 부제도 붙였다.

이 책은 후배 소설가 하창수가 묻고 이외수가 대답하는 대담형식의 에세이. 이외수는 이 대담에서 그의 예술과 세상 그리고 인생 우주라는 다소 거대한 주제로 자신의 사고를 밝혔다. 거대담론은 낙엽 속에 숨겨놓고 그가 책에서 밝힌 삶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변주해 봤다.

● 집필에 들어갈 땐 실제 감옥 문을 달아서 ‘글감옥’ 속으로

평소 잘 씻지 않고 머리를 감지도, 자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이외수. 긴 할머니 머리로 유명한 그는 외모만큼 집필 ‘버릇’도 ‘괴팍하고 요란’하다.

장편소설 ‘벽오금학도’를 쓸 때의 일.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벽오금학도’ 집필하기 전 5년 동안 펜을 꺾었다. ‘벽오금학도’를 쓸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글을 쓰지 않으니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방에다 철문 같은 걸 달아놓으면 모를까 필시 뛰쳐나가 술을 퍼마실게 뻔하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는 그 길로 시내로 가서 춘천교도소에 철문을 납품하는 업자를 찾아갔다. 그리곤 정말 집필실에 철문을 달았다.(헐, 부창부수!) 대소변을 안에서 해결하고, 문 아래 구멍으로 ‘사식’을 받아먹으며 ‘벽오금학도’를 쓰기 시작했다. 다 쓰는 데 5년이 걸렸다. 결국 5년 간 ‘글감옥’에서 진짜 수감생활을 했던 것.

글 쓸 때 징크스도 유별나다. 작품에 들어갈 때는 목욕재계를 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다. 탈고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글쓰기 전에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는 일. 글이 잘 안될 땐 화를 내거나 술을 퍼마신다. 기분이 나쁘면 그냥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다 죽도록 얻어맞은 적도 있다. 또 아들에게 자신의 글을 읽혀본 뒤 ‘이걸 읽다가 똥이 마려우면 놓고 갈래, 아니면 들고 갈래?’ 묻고는 아들이 냉정하게 “이거 놓고 갈 겁니다”라고 하면 다시 쓴다.


● 올림픽 열리는 해에 한 번씩 목욕한다?

이외수는 재주도 많고 예술가적 기질도 뛰어나다. 술, 그림, 작곡은 물론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술과 그림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춘천교대 다닐 때의 일.

당시 그는 뱃가죽이 등에 들러붙을 정도의 생활을 했다. 학교 독서포스터를 공모한다는 공고가 떴다. 1등 상금은 무려 5000원. 막걸리 한 되에 30원 하던 시절이었다. 한달음에 미술실로 달려가 우유가 담긴 유리컵 안에 두꺼운 책 한 권을 펼쳐놓고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어린아이가 빨대로 우유를 빨아먹는 장면을 그렸다. 결과는 1등. 상금을 받기도 전에 친구들을 데리고 술집으로 가서 코가 삐뚤어지게 외상술을 샀다.(과연 이외수스럽다.) 그러나 막상 시상식 때는 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왜? “이외수한테 상금을 주면 술값으로 날아갈 것이니 상금만큼 그림도구를 사주라”는 학장님의 특별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 있는 ‘이외수문학관’에서 트는 음악은 모두 그가 직접 작곡한 것이다.

이외수하면 씻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올림픽 열리는 해에 한 번 씩 목욕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꿉꿉해서 어떻게 사냐고? 실제로 겪은 그의 ‘이론’을 들어보자. “씻지 않고 4년 정도 있으면 몸에 있는 때가 아래로 내려와 발뒤꿈치로 모인다. 뒤꿈치만 씻어주면 된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도 그냥 두면 땀이 때와 결합해서 살에 붙어 있다가 두껍게 딱지가 지고, 그 딱지가 떨어지면 어린아이 피부처럼 된다. 고약한 냄새는커녕 향나무 향이 난다.” (궤변이겠지?!)

● 연기는 류승범보다 이외수가 한 수 위?

이외수는 트위터에 개봉작 관람 ‘인증샷’을 많이 올린다. 시나리오 작가인 큰 아들(한얼) 때문인지 영화광이다. 특히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2004년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 출연 때의 일. 함께 출연했던 류승범에게는 녹음실에서 “아∼”하는 간단한 대사를 300번이나 시켰다. 그런데 그는 “콜록콜록”하는 장면을 한 번에 통과했다. 그걸 보고 아내가 “저 친구는 300번이나 하는데, 이외수는 왜 한 번만 하는냐”고 감독에게 따졌다. 감독 왈. “그게 주연과 조연의 차이입니다.”

이런 이외수에게 색다른 꿈이 있다. 오토바이를 몰고 싶은 것. 예순 일곱의 ‘청년’ 이외수답다. 참, 혹시 식당에서 이외수를 만난다면 고추와 후추가 들어간 음식을 대접해 보라. 왜냐고? 고추와 후추는 이외수가 제일 ‘땡땡’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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