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부담 해소’ 국회 토론회간호사 1인당 환자 15~20명 담당… 미국-일본보다 3배 이상 많아
김모 씨(60)는 10월 급성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져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요즘 김 씨와 가족은 간병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다. 거동이 불편한 김 씨를 위해 24시간 내내 사설 간병인을 쓰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두 직장에 다녀 어쩔 수 없다. 김 씨의 부인은 “하루 간병비만 8만 원이 넘는다. 비용 마련을 위해 집까지 은행에 담보로 잡혔다”라고 하소연했다.
간병 부담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간병부담 해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간병인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대만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입원 환자의 32.4%가 간병인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간병인 고용률은 85.5%에 이른다. 환자 1명이 매월 부담해야 하는 간병비만 275만 원이다.
안 교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설 간병인 채용이 일상화되면서 간호서비스 질 전체가 떨어지고 있다. 특히 병실에 간병인과 가족이 상주하면 위생이 악화돼 병원 감염의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간호인력 부족사태가 간호사들의 취업 선호도가 떨어지고 이직이 잦은 지방 병원이나 중소병원에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간호협회가 조사한 간호인력 실태조사에서 200병상 이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이직률은 23.1%로 전체 평균인 16.8%를 크게 웃돌았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간호인력 수급문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해결해야 불필요한 간병비 소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