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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영철]‘게임중독법’에 대한 악의적 오해들

입력 | 2013-11-08 03:00:00


신영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인터넷 세상이 온통 ‘게임중독법’ 반대로 뜨거워 보인다. 일단 이름부터 오해가 있다. 법안의 이름은 ‘중독의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일부에선 이 법이 “고군분투하는 게임업계로부터 돈을 걷어내려고 한다”거나 “게임을 마약으로 본다”고 하고 있으나 법의 탄생과정을 지켜본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는 편향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이면서도 예방, 치료가 필요한 중독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이 정의되어 있다. 사용 자체가 범법인 마약과 게임을 같이 취급했다면, 마약관리법에 게임을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

정확히 말하면 현행법상 사용 자체가 불법인 마약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정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에 제대로 예방하고 치료하자는 보건의료 복지적 개념을 도입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게임업계에서는 새 법안이 게임 규제나 부담금을 징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다. 이는 6월 박성호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상생 콘텐츠 기금 설치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콘텐츠 유통 매출의 5%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번에 발의된 법과는 관련이 없다. 법안 어디를 찾아봐도 부담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게임류 등의 중독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찾아주자는 이야기뿐이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매년 2조 원대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산업이다. 안 그래도 성장동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게임산업의 위축을 바라는 국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게임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지나침은 문제를 야기한다. 중독이 그런 것이다. 알코올 중독을 이야기하는 어느 누구도 주류산업의 위축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심각한 사회적 및 보건의료적 문제가 중독 때문에 발생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출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업체들이 출연하여 게임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게임 과몰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말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게임 관련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이들은 게임이 야기하는 중독 문제를 인정하지도 않고 ‘과몰입’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로 현실을 희석하는 데만 급급하다.

우리나라는 중독문제가 심각한 반면, 이의 위험에 대한 인식은 너무도 낮다. 보건의료복지적 관점에서 폐해에 대한 인식의 증진, 적극적 예방, 치료 서비스의 제공 등이 촘촘히 제공되는 하나의 기본법으로서 이 법이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신영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