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땐 “조용하게 나가겠다” 또 조크
박근혜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서유럽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벨기에로 이동해 엘리오 디뤼포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 에그몽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합의한 대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 후 6자회담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 朴대통령 “6자회담, 실질적 北비핵화 이뤄야”
디뤼포 총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뿐 아니라 유럽 정세, 시리아, 이란 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박 대통령의 미들파워(중견국) 외교의 일환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브뤼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유럽연합(EU) 기업 5곳의 한국 투자 유치식이 진행됐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규모를 갖춘 기업들로 투자 규모는 3억7000만 달러 정도다.
벨기에 최대 화학업체인 솔베이는 새만금에 신화학제품 제조공장 투자(1억1000만 달러 규모)를 결정했고, 전 세계 매출 1위 화학업체인 독일의 바스프는 성균관대 내에 전자화학 소재 연구개발(R&D)센터(3200만 달러 규모)를 짓는다. 유럽 2위 합성고무업체인 이탈리아의 베르살리스는 전남 여수에 1억 달러 규모를 투자해 롯데케미칼과 합성고무 제조·판매 합작사를 설립한다. 프랑스 국영기업인 LFB는 신풍제약과 공동으로 바이오 의약품 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투자(1500만 달러 규모)했고, 독일의 지멘스는 1억20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해 52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 라켄궁에서 필리프 국왕과 만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1978년 필리프 국왕의 부친인 알베르 2세 전 국왕 방한 때 퍼스트레이디로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벨기에의 지원으로 개원했던 ‘한백직업훈련원’이 한국의 기술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필리프 국왕도 “왕세자 시절 두 차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하는 등 한국을 4번이나 방문했다”며 관심을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로저 기퍼드 런던시티 시장 주최로 열린 길드홀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다 한복에 발이 걸리며 미끄러지고 있다. 박 대통 령은 재치 있는 농담으로 주위를 안심시켰다. 런던=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시티 길드홀에서 열린 런던시티 시장 주최 만찬 때 차에서 내리다 넘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긴 한복 치마에 발이 걸렸고 바닥은 비가 내려 미끄러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깜짝 놀라 다가온 로저 기퍼드 시장 내외에게 영어로 “드라마틱 엔트리(Dramatic entry·극적인 입장)”라고 말하며 일어났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농담에 시장 내외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환하게 웃으며 같이 걸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뒤 나올 때는 시장 내외에게 “콰이어트 엑시트(Quiet exit·조용하게 나가겠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다친 곳은 없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