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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이어 정준양 회장도 결국 백기… 포스코 고위직 “사임종용 압력 있었다”

입력 | 2013-11-08 03:00:00

민영기업 인사에 영향력 행사… 정권 바뀔때마다 악습 되풀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기로 한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전방위적 압력 때문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정 회장까지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민영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7일 “이번 정부의 특징이 일원화된 소통 창구가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이 정 회장의 사임을 종용하는 듯한 직간접적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순방(6월)과 베트남 국빈방문(9월)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잇따라 빠지면서 사퇴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달 2∼8일 박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도 동행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재계 순위 6위(공기업 제외)의 글로벌 기업이어서 정 회장이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 회장이 지난달 초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연차 총회에서 임기 2년의 세계철강협회장에 선임되면서 사퇴설은 수그러들었다. 검찰이 KT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자 포스코 내부에서는 “KT가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 정 회장도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완전 민영화됐지만 정권 교체 시기마다 회장 인사와 관련한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1998년 회장직에 오른 유상부 전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며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3월 퇴진했다. 후임인 이구택 전 회장도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국세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만인 2009년 2월 자진 사퇴했다.

정 회장 사퇴 후 차기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 정관에는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사내 등기이사 중 1명을 추천한 뒤 자격심사를 거쳐 후보로 확정하도록 돼 있다. 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CEO로 선임된다. 현재 포스코 사내 등기이사는 정 회장을 제외하면 박기홍 김준식 사장과 장인환 김응규 부사장 등 4명이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가 포스코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부인사를 ‘CEO가 될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해 자격심사를 할 수 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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