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분명 딸인데 아들로 몰아붙인다고? 만일 내 자식에게 그런 짓을 하는 자가 있다면 총으로 쏴버리겠어!” 당시 남아공 체육회장은 국제육상연맹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이렇게 외쳤다. 남아공 국민들도 “‘우리의 딸’을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들끓었다. 백인들이 자기중심적 기준으로 여성성을 정의한 데 따른 인종 차별이자 선수의 존엄성을 훼손한 행태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최근 여자 축구선수 박은선 씨(27)에 대한 성별 논란이 불거졌다. 그가 소속된 서울시청팀을 제외한 한국여자축구연맹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 2010년 중국 대표팀 감독이 박 선수의 성을 의심했는데 이번엔 국내 축구인들이 자국의 스타 선수를 짓밟은 셈이다. 키 180cm에 몸무게 74kg, 탄탄한 몸과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그에게 굳이 죄가 있다면 올 시즌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선 감독들의 행태에 대해 ‘인권 침해’라는 비난이 넘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