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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배심원 정치성향 개입 여지”… ‘안도현 무죄’ 뒤집다

입력 | 2013-11-08 03:00:00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평결 깨고… ‘후보비방’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배심원 평결, 법관 양심과 충돌땐 양심의 본질 침해 안해야 기속력”
安 “배심원 무시-조롱… 항소할것”




지난해 대선 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기소된 안도현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52·우석대 교수·시인)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가 유예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은택 재판장)는 7일 안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후보비방 혐의는 유죄지만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고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이 ‘무죄’ 평결한 것과는 배치되는 판결이다.

안 씨는 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던 지난해 12월 10∼11일 “사라진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1976년 3월 17일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습니다”, “도난된 보물 소장자는 박근혜입니다. 2001년 9월 2일 안중근의사숭모회의 발간도록 증거자료입니다” 등의 내용으로 트위터에 17차례 글을 올려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 비방 혐의를 받았다. 문제가 된 안 의사의 유묵은 ‘恥惡衣惡食者 不足與議’(치악의악식자 부족여의·궂은 옷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의논할 수 없다)라는 글씨다.

재판부는 안 씨 트윗 글의 사실 여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피고와 변호인이 진실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내용을 알게 된 경위나 자료의 출처 등을 볼 때 박 후보가 도난에 관여했다거나 도난 유묵을 소장했다는 주장이 허위임을 알고도 그런 글을 올렸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내용은 허위지만 허위인 줄 알면서도 트윗 글을 올린 것이 아니어서 ‘허위사실 공표’는 무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안 씨가 상대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고, 선거가 박빙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 직전 트윗을 올렸고, 공표 전후 행적 등에 비춰 ‘후보 검증’이라는 공익 목적은 명목상 동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도덕적 흠집을 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후보를 비방해 법이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후보자 비방죄를 유죄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로 평결한 것과 다른 판결을 내린 이유도 소상히 밝혔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은 재판부에 대해 사실상의 기속력을 가지는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배심원 의견이 법관의 직업적 양심과 근본적으로 충돌할 경우에는 직업적 양심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 한해서만 기속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법리적 차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좌우될 여지가 있다”고 국민참여재판의 한계를 지적했다.

안 씨는 재판 직후 “(내 처지가) 재판관이 쳐놓은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며 “검찰의 기소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로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트위터를 통해 “재판부가 배심원들과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것으로 본다”며 “재판부가 법의 이름으로 곡예를 하면서 묘기를 부렸다. 애매한 선고를 내리기까지 언어유희로 일관했다”고 거듭 재판부를 비난했다.

이번 판결은 선거나 명예훼손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지역색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참여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재판부와 배심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도입된 참여재판은 살인 강도강간 등 일부 중범죄 사건에만 적용했으나 지난해 7월 모든 형사합의부 사건으로 확대했다.

전주=김광오 kokim@donga.com·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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