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발전비중 27∼29%로
○ 10기 이상 원전 추가 건설 필요할 듯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워킹그룹은 지난달 11일 발표한 권고안에서 원전 비중을 2035년까지 22∼29%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내놓은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을 2030년 41%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확정된 11기의 원전 외에도 추가 원전 건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35년 전력수요와 정부가 계획 중인 22%의 전력예비율을 더하면 필요한 전력 설비용량은 16만 M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비중을 27∼29%로 맞추려면 원전 설비용량이 4만3000∼4만7000MW가량 돼야 한다.
하지만 2024년까지 건설할 원전 11기를 합쳐 원전 34기의 설비용량은 3만6000MW 규모로 7000∼1만1000M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해 5∼8기의 원전을 더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돼 멈춘 월성 1호기의 수명을 20년간 연장하더라도 2032년에는 가동이 어렵다. 이미 한 차례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도 2017년까지 가동한 뒤 한 차례 더 수명을 연장하더라도 2027년에는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후 원전을 대체할 원전도 추가로 지어야 하는 만큼 10기 이상의 원전이 더 필요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정 원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원전만큼 값싸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발전수단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의 온실가스 배출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으면서도 전기 생산단가는 kWh당 39.20원으로 석유류 225.90원, 액화천연가스(LNG) 187.00원보다 훨씬 적다.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면서 원전 비중을 축소하려면 LNG를 이용한 전기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LNG발전 비용은 원전에 비해 3∼5배 비싸 전기요금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가스와 석유 등 화석연료 자급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도 원전 비중을 낮추기 어려운 원인 중에 하나다. LNG발전 등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였다가 연료가격이 급등하면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력발전 의존도가 72%였던 1980년 2차 석유파동으로 석유 도입가격이 1979년의 2배가량 급등하면서 전기요금은 1년 사이에 50%가량 급등하고 경제성장률은 ―5.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선진국들도 움츠러들었던 원전을 다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직후 2030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던 일본은 최근 원전 제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화력발전소 폐쇄에 대비해 2030년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