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리(29)의 고운 얼굴 뒤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김유리는 최근 종영한 ‘주군의 태양’에서 강우(서인국 분)를 짝사랑하는 톱스타 태이령 역을 맡아 인기를 모았다. 그는 겉으로는 완벽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허당기가 가득한 태이령을 그만의 매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 태이령을 만난 것이 꿈 같아요. 정말 행복했어요. 주변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는데도 실감이 잘 안나요.”(웃음)
“(서)인국 씨 성격이 무척 좋아요. 저보다 동생이라 ‘누나, 누나’ 부르는데, 오히려 저를 더 많이 챙겨주고 배려해줬죠. 아, 키스신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끝났어요. 방영 바로 전날 찍어서 한 번에 가야했거든요. 침대에서 윗몸을 일으켜 입술을 대야했던 상황이라 떨리는 것 보다 몸이 힘들었죠.(웃음)”
통통 튀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김유리. 신선한 마스크에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신예 같지만, 알고보면 그는 어느덧 데뷔 7년 차 배우다.
김유리는 지난 2006년 드라마 ‘TV소설 강이되어 만나리’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이후 2008년 ‘집으로 가는 길’, 20011년 ‘사랑을 믿어요’, ‘로열 패밀리’, ‘불굴의 며느리’ 2012년 ‘청담동 앨리스’ 등 드물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데뷔 계기를 묻자 “데뷔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 하면 조금 길어질 것 같다”며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 전공은 원래 미술이에요. 학과 과정 외 모임에서 연기 수업을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연기가 단순히 대본을 외워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연기를 배우며 ‘내가 누굴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갖게 됐어요.”
“‘내가 내 몸 하나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구나’라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저와의 씨름을 했죠.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든 싸움이었어요.”
결국 그는 휴학계까지 내며 연기 수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수업이 마무리될 때 쯤 우연히 이금림 작가를 만나게 됐다.
“복학해서 수강 신청을 하려던 때였어요. 인연이란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마침 작품에 출연할 사람을 찾던 이금림 선생님을 만나게 됐죠.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당시 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일방적인 애정과 신뢰를 보이시며 작품에 나를 써주셨어요.”
그렇게 김유리는 데뷔를 하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이금림 작가의 도움과 신앙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미소 지었다.
“이금림 선생님은 마치 부모님 같은 분이에요. 지금도 종종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제겐 아낌없이 주시는 아름드리 나무같은 존재랄까요. 그 은혜를 정말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려운 자아성찰 과정을 겪으며 연기를 익히고, 불안한 공백기를 견디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김유리. 극 중 톱스타 태이령처럼 마냥 밝아보였던 그의 고운 얼굴 뒤에는 장미의 가시와 같은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소가 더욱 빛이 난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난 시간들이 제게 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여유도 조금 생겼고요. 지금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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