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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 배우 김유리, 시련 딛고 유리처럼 맑고 단단하게

입력 | 2013-11-08 09:40:50


배우 김유리(29)의 고운 얼굴 뒤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김유리는 최근 종영한 ‘주군의 태양’에서 강우(서인국 분)를 짝사랑하는 톱스타 태이령 역을 맡아 인기를 모았다. 그는 겉으로는 완벽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허당기가 가득한 태이령을 그만의 매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 태이령을 만난 것이 꿈 같아요. 정말 행복했어요. 주변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는데도 실감이 잘 안나요.”(웃음)

특히 그는 상대역이었던 서인국을 칭찬하며, 방영 당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의 키스신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서)인국 씨 성격이 무척 좋아요. 저보다 동생이라 ‘누나, 누나’ 부르는데, 오히려 저를 더 많이 챙겨주고 배려해줬죠. 아, 키스신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끝났어요. 방영 바로 전날 찍어서 한 번에 가야했거든요. 침대에서 윗몸을 일으켜 입술을 대야했던 상황이라 떨리는 것 보다 몸이 힘들었죠.(웃음)”

통통 튀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김유리. 신선한 마스크에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신예 같지만, 알고보면 그는 어느덧 데뷔 7년 차 배우다.      

김유리는 지난 2006년 드라마 ‘TV소설 강이되어 만나리’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이후 2008년 ‘집으로 가는 길’, 20011년 ‘사랑을 믿어요’, ‘로열 패밀리’, ‘불굴의 며느리’ 2012년 ‘청담동 앨리스’ 등 드물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데뷔 계기를 묻자 “데뷔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 하면 조금 길어질 것 같다”며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 전공은 원래 미술이에요. 학과 과정 외 모임에서 연기 수업을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연기가 단순히 대본을 외워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연기를 배우며 ‘내가 누굴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갖게 됐어요.”

김유리는 눈을 빛내며 명료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내 몸 하나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구나’라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저와의 씨름을 했죠.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든 싸움이었어요.”

결국 그는 휴학계까지 내며 연기 수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수업이 마무리될 때 쯤 우연히 이금림 작가를 만나게 됐다.

“복학해서 수강 신청을 하려던 때였어요. 인연이란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마침 작품에 출연할 사람을 찾던 이금림 선생님을 만나게 됐죠.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당시 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일방적인 애정과 신뢰를 보이시며 작품에 나를 써주셨어요.”

그렇게 김유리는 데뷔를 하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본의 아니게 일을 쉬게 됐어요. 상황이 힘들어 우울증에 시달렸죠. 다시 무언가를 도전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바닥을 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금림 선생님이 꾸준히 저를 챙겨주면서, 본인 작품을 하실 때마다 항상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드문드문 작품을 한 거죠.”

그는 이금림 작가의 도움과 신앙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미소 지었다.  

“이금림 선생님은 마치 부모님 같은 분이에요. 지금도 종종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제겐 아낌없이 주시는 아름드리 나무같은 존재랄까요. 그 은혜를 정말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려운 자아성찰 과정을 겪으며 연기를 익히고, 불안한 공백기를 견디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김유리. 극 중 톱스타 태이령처럼 마냥 밝아보였던 그의 고운 얼굴 뒤에는 장미의 가시와 같은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소가 더욱 빛이 난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난 시간들이 제게 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여유도 조금 생겼고요. 지금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리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 제공ㅣ팬 스타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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