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연이어 터졌다. 데뷔하기도 전부터 “노래 좀 한다”는 칭찬을 여기저기서 들었던 까닭에 순탄할 줄만 알았던 길은 험난한 자갈밭의 연속이었다.
힘들게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어,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에게 다시 일어나라고 손짓한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가수 태원(34). 그는 2003년 일반인과 연예인이 미팅하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 KBS 2TV ‘산장미팅’에서 잘생긴 외모와 노래 실력으로 연예인보다 더 유명세를 떨쳤다.
그런 그에게 ‘지난 10년’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따뜻한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의 애절한 보이스가 특색인 싱글 곡 ‘미치도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고, 드라마 ‘구가의서’에서 눈길을 끈 연기자 최진혁과 정가은이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뮤직비디오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태원을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보고 싶다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엔 절박함이 강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성인가요(트로트)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더라. 해도 해도 안 되는 아들이 안쓰러웠나보더라. 아이돌 가수도 잘 되지 않는 현실에 발라드 가수가 설 무대도 한정되어 있고, 성인가요의 경쟁은 더 심하다. 그 틈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든 걸 걸고 노래하고 있다. 다행히 음악을 들어주고,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
오랜 무명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출발선에 선 그에게 축하의 인사를 가장 많이 건넨 이는 부모와 절친인 문명진이다. 문명진 역시 10년의 무명시간을 끝내고 KBS 2TV ‘불후의 명곡’을 통해 중고 신인가수로 재조명받고 있다.
태원은 최근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카메라 앞에 딱 4년 만에 다시 섰다.
“신인된 기분이라 떨리지만 자신 있다. 태원이라는 이름과 함께 음악도 더 많이 알리고 싶다. ‘얼굴 없는 가수’에서 태원하면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