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처음으로 국산차 ‘10만대 클럽’ 달성이 좌절될 전망이다. 수입차 판매량은 연말을 2개월 남짓 남겨둔 8일 현재 지난해 전체 판매량에 맞먹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산차 판매는 올 한해 현대차 아반떼가 7만8035대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연말까지 약 9만5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뒤를 이어 기아차 모닝이 7만7550대, 쏘나타 7만5765대, 그랜저 7만4919대, 싼타페 6만6188대가 팔려나갔다.
이로써 2005년 쏘나타부터 시작된 국산차 업계의 ‘10만대 클럽’은 9년 만에 맥이 끊길 전망이다. 업계에선 10만대 벽을 넘어서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내수부진과 수입차 공세강화, 완전변경 모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반면 수입차 시장은 올해 9월까지 총 11만6085대가 팔리며 지난해 9만5706대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차와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시장의 연간 판매량이 둔화된 상태에서 업체 간 점유율 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수입차 점유율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반면 현대기아차는 0.6%만 감소했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지난달까지 2% 가량이 줄어든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내준 점유율을 국산 경쟁사로부터 가져온 측면이 적지 않았다면, 올해는 국산 경쟁사의 적극 방어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이 수입차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국산차의 시장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산차의 품질과 성능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됐고, 수입차의 보유 비용이 국산차보다 월등히 비싸서 구매 매력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한 연구원은 “대중 수입차 가격이 국산차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물류비, 수입제비용, 보유비용 등의 차이로 국산과 수입 간의 가격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중기적으로 수입차 시장 확대가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수입차 희소성이 약화되고 소비자들이 국산차와 수입차간 경제적 실익을 지각하면서 그 추세가 완화될 것”이라 말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