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옌 위성영상(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엄청난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하이옌이 상륙한 필리핀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인구 250만 명의 필리핀 제2의 도시 세부를 포함해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 있는 주민 수만 1200만 명 이상.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현재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1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이 전날 필리핀 국민을 향해 "재앙에 직면했다"고 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태풍 하이옌은 최대풍속을 기준으로 하면 기상관측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된 팁(Tip)을 능가하는 '괴물 태풍'이다.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발생하면 태풍, 대서양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인데 하이옌보다 강력한 허리케인은 지금껏 없었다.
하이옌 위성영상(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
팁의 최대풍속은 306km/h. 풍속을 기준으로 하면 하이옌이 역대 최강의 태풍이 되는 셈. 팁은 일본을 통과하면서 사망 115명, 부상 247명, 이재민 1100여 명의 피해를 냈다.
참고로 1900년대 이후 한반도를 덮친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는 매미는 중심기압 910hPa에 최대풍속은 시속 198km, 순간최대풍속은 216km/h였다.
필리핀 기상 당국은 '30호 태풍' 하이옌이 8일(현지시간) 오전 4시 50분께 마닐라 남동쪽 약 600km의 사마르섬에 도착한 후 빠른 속도로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는 하이옌이 최고등급인 카테고리 5등급 혹은 4등급을 유지한 채 필리핀 중부지방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빠져나간 후 10일 카테고리 3등급으로 조금 약화해 베트남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