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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딱지 떼고 특급호텔리어로 새출발

입력 | 2013-11-09 03:00:00

희망 되찾았다… 희망 나누겠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희망 호텔리어 스쿨’ 2기 수료식에서 호텔리어로 새 출발을 하는 노숙인들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브라이언 백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총지배인, 진화 봉은사 주지스님,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 뒷줄은 취업에 성공한 노숙인 출신 호텔리어들. 서울시 제공

“이제 살아가야 할 희망이 생겼습니다.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깔끔한 복장의 중년 남자 17명. 하지만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이들의 이름 앞에는 ‘노숙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방황하던 이들은 앞으로 특급호텔의 ‘호텔리어’로 인생의 새 출발점에 서게 됐다.

이날 서울시와 ㈜신세계조선호텔은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 호텔리어 스쿨’ 2기 수료식을 열었다. 시가 지난해 10월 신세계조선호텔과 ‘노숙인 자활·자립 지원’ 협약을 맺은 데 따른 후속 사업으로, 이 과정을 거쳐 노숙인들이 호텔에 취업하는 것은 6월 17명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12일부터 웨스틴조선호텔 주방에서 기물관리를 담당하게 된 표영호 씨(49)의 표정은 밝았다. 표 씨는 2000년 사업을 확장하려다 크게 실패하고, 여러 차례 방황하다가 7년 전부터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해왔다. 몇 번이나 노숙인 생활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쳐봤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표 씨는 “전처럼 잘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좌절만 했었다”며 “새로운 기회가 온 만큼 열심히 일해 더 나은 인생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호텔에서 일하게 된 김명동 씨(44)는 “재봉일을 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일감이 끊기면서 노숙인이 됐다”며 “오랜 시간 일하지 않아 다시 시작할 엄두도 못 냈지만 사회의 도움으로 희망을 찾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숙인 자활·보호시설인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선발된 이 노숙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2주 동안 웨스틴조선호텔의 담당 과장·팀장·전문강사로부터 이론과 현장교육을 받았다. 이론교육은 서비스 교육·감성 교육·자존감 회복·시청각 교육, 현장교육은 진공청소기 및 바닥청소기(스크러빙) 사용법·왁스 작업 등으로 구성됐다. 수료생 전원은 웨스틴조선호텔, 신라호텔, 이마트, 백화점 등의 청소협력업체 등에 취업하게 된다. 보수는 월 140만∼150만 원이다.

서울시는 노숙인 호텔리어 교육뿐만 아니라 노숙인 사진교육, 영농학교, 바리스타·트레일러 교육 등 다양한 직업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인의 자활을 돕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