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양증권 몰려간 투자자들 ‘자기 책임’은 없나

7일 새벽 부산 범천동에 있는 동양증권 부산본부 객장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은 동양증권 임직원 3명을 부산지역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산 투자자 70여 명이 농성을 하고 있는 자리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동양증권 임원을 건물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동양그룹 CP 투자자들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객장을 점거하고 임직원을 위협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동양증권이 위험을 충실하게 고지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 데 대해서는 법적으로 따질 일이다. 물리력을 앞세워 해결하려는 시도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동양 CP 투자자들로부터 민원을 접수하고 있으니 합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 순리다.

회사채나 CP는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안전하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큰돈을 맡겼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회사채와 CP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투자로 불린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 CP 투자자의 65%가량은 재투자로 그동안 고수익을 올린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고 지금에 와서 손해도 보상해 달라는 주장은 자본시장 논리와 맞지 않다. 고객이 집단행동에 나서 떼를 쓰면 정치논리에 휘말려 원금을 보상해주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정부가 대주주였던 투자신탁회사에서 수익률 보장각서를 써주고 자금을 유치해 고객들에게 돈을 물어준 게 15년 전이다. 이제 그런 후진적인 투자문화는 탈피해야 한다. 동양증권 사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후 처리는 ‘투자는 기본적으로 자기 책임’이라는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