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도 좋지만… 밀웜 가장 맛있어 스낵처럼 먹어요”
지난달 11일 방송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주제는 ‘곤충을 먹자’였다. 곤충이 지구촌 기근과 영양 부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를 계기로 대체 식량으로서 곤충을 조명해보자는 취지였다.
그 덕분에(?) 김지희 PD(31·여)는 두 달 동안 각종 곤충을 먹으며 지냈다. “귀뚜라미랑 굼벵이, 말벌 애벌레, 메뚜기, 밀웜….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먹었죠.”
김 PD는 ‘먹거리 X파일’ 제작진 중에서도 ‘하드코어’ 주제를 많이 다뤘다. 올 2월 ‘착한 포장마차’를 찾을 때는 한겨울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80개가 넘는 포장마차를 훑으며 술을 마셨고, 5월 ‘착한 봄나물 식당’을 제작할 당시엔 전국 각지의 산을 오르내렸다.
“손바닥 위에서 꼬물거리는 굼벵이를 쥐고 카메라를 꺼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죠. 그런데 PD인 제가 먹지 못하면 누가 곤충을 먹으려 하겠어요. 처음엔 계속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죠. 맛있다, 맛있다….”
주문은 효력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정말 곤충의 맛이 느껴졌다. 그가 비교적 빨리 곤충의 맛에 적응하는 데는 조연출의 도움이 컸다. 바들바들 떠는 그의 손을 붙들고 다른 손에 곤충을 쥐여준 것도 조연출이었다.
“방송이 나간 뒤 귀뚜라미 농장 주인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다른 방송사에서도 남자 제작진 둘이 식용 곤충 취재를 왔는데 수천 마리 귀뚜라미 떼를 보더니 도망쳤다고요. 저희는 가자마자 (귀뚜라미를) 먹었거든요.”
김 PD가 특히 맛있게 먹은 곤충은 밀웜. 말린 밀웜을 책상 위에 쌓아 놓고 스낵처럼 먹었다. 조연출, 작가들도 이 곤충을 즐겨 먹었다. “새우맛이라고 해야 하나. 짭조름하고, 고소해요. 저는 어머니한테도 맛있다고 추천해 드렸어요.”
제작 과정 중 아쉬웠던 점을 묻자 김 PD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답했다. “바퀴벌레를 못 먹어봤어요. 국내에서는 식용 바퀴벌레를 기르는 곳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 상무님(이영돈 PD)만 일본에 가서 드시고 오셨죠. 사람들이 해충이라고 꺼리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곤충이었는데…. 아쉽네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