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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여성들의 유별난 ‘예쁜 것’ 선호

입력 | 2013-11-09 03:00:00


값비싼 북유럽산 유모차를 놓고 아기 엄마와 아빠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엄마는 ‘우리 아기한테 좋은 유모차를 사주자’는 주장을 폈고, 아빠는 ‘몇 년 타지도 못할 유모차에 왜 비싼 돈을 들이느냐’며 맞섰다.

사실 아기는 북유럽산과 중국산 유모차를 분간할 능력이 없다. 비싼 유모차는, 그러니까 아기를 사랑하는 ‘엄마를 위한 선택’이다. 엄마가 아빠에게 항변한다. “예쁘잖아. 다른 엄마들도 전부 이런 유모차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유달리 천착한다. 그래서 아이 유모차도 예쁜 것을 찾는다. 그녀들은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려 하며 그것을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들의 유별난 ‘예쁜 것 선호’는 아마도 그녀들의 예민한 안목, 즉 심미안 때문에 더 두드러지는지 모른다.

여성의 시각은 남성과 차이가 있으며, 특히 색에 대해서는 훨씬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막의 수용체 세포 가운데 색을 분간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추상체인데 이 세포는 X염색체에 의해 만들어진다.

여성은 X염색체가 둘(XX)이기 때문에 하나인 남성(XY)에 비해 추상체 세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가 여성들 특유의 색상을 잘 파악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남성의 경우 약 5∼8%가 색맹인 반면, 여성은 색맹이 1% 미만이라는 사실만 봐도 수긍이 간다.

따라서 여성들이 독특한 색상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발견할 경우,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누리는 것이 곧 ‘앞선 경험’인 것이다.

여성들은 탁월한 전달자다. 새로운 아름다움(이른바 ‘신상’)을 찾아내면, 그 경험을 수다나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이와 공유하려고 한다. 남성들이 전문지식과 깊이 있는 정보를 ‘겨루듯’, 여성들은 새로운 아름다움과 트렌드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먼저 경험하고 전파하는 이가 세련된 여성으로 인정받는다.

북유럽산 유모차를 고집하는 엄마 또한 그런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스스로를 세련된 엄마로 느끼고 싶은 것이다.

‘신상’에 대한 여성들의 탁월한 안목은 TV 드라마를 보는 아내를 통해서도 실감할 수 있다. 화면에 나온 인물이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지 발견하는 것도 놀라운데, 그 목걸이의 브랜드며 가격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하지만 놀랄 일만은 아니다. 남자 중에도 화면에서 스치듯 지나간 육감적인 여성을, 스토리와 상관없이 ‘매의 눈’으로 잡아채는 능력을 가진 이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만 분야가 다를 뿐이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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