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사상/박가분 지음/272쪽·1만3000원/오월의봄
이 책의 저자는 일베를 ‘촛불시위의 쌍생아’로 바라보며 ‘본질적으로 진보 좌파의 증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급진성, 욕망의 정치, 윤리적 이상주의가 일베에서 반전된 형태로 계승됐다”고 강조한다. 괴담으로 얼룩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전후로 민주화 후퇴에 대한 “급속한 환멸과 실망감이 사람들을 차악이 아닌 최악으로 치닫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일베가 현실의 국가와 사회에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고 온라인 공간 내에서 인정받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일본의 넷우익과도 구분 짓는다. 예컨대 일본 넷우익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긴다면 일베 사용자들은 자신들을 ‘잘나고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일베충’으로 희화화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자신감의 반영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