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중단하면… 자산동결 등 약한 제재부터 풀듯 타결땐 북핵협상에도 큰 영향
이란 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하는 ‘P5+1’은 이란과 핵 협상을 벌여왔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 북핵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NN 등 외신들은 8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 핵협상에 대한 막판 조율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를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리 장관의 참석은 협상 마무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8일 중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란 측 협상단 고위 관계자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도 7일 이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협상 상대국들이 이란이 제시한 협의 내용을 명쾌하게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가 끝나는 8일 양해각서를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일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의 핵심 뼈대는 유지하면서, 그리 대단하지 않은(very modest)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석유 수출 금지’ 같은 핵심 제재는 유지하면서 해외 금융자산 동결이나 금·석유화학제품 거래와 같은 부차적인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이란과의 핵협상은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이란의 자국 내 반대여론에 부딪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협상에 대해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키우는 역할만 할 것”이라며 “서방국가의 ‘역대 최악의 실수’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완화했던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 핵협상의 진전은 북핵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2월 이후 5년 동안 열리지 않은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 양자회담 개최의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이란의 방식을 참고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