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풍속 시속 379km 역대 최고 “전쟁수준 대비” 72만명 긴급대피
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379km로 역대 관측 사상 가장 센 태풍 ‘하이옌(海燕)’이 8일 오전(현지 시간) 필리핀 중부 지역을 강타해 피해가 속출했다. 폭우를 동반한 강풍으로 8일 오후 11시 현재까지 최소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으며 주민 약 72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은 “전쟁 준비 수준의 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지만 워낙 강한 태풍인 탓에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옌은 이날 오전 4시 40분쯤 수도 마닐라에서 동남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이스턴사마르 섬에 상륙했다. 현지 기상당국은 하이옌의 순간 최대풍속을 시속 275km로 관측했지만 미 해군 합동태풍경보센터는 시속 379km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은 순간 최대풍속을 측정할 때 1분을 기준으로 하지만 다른 곳은 10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남긴 1979년 태풍 ‘팁’은 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305km였다.
강풍으로 남부 코타바토 지역에서는 3명이 날아다니는 건물 잔해와 부러진 코코넛 나무에 맞아 숨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50대 남성이 부러진 전신주 전선에 닿아 감전사했다. 필리핀 전역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고, 인구 20만 명의 타클로반 지역은 통신이 전면 두절됐다. 남부 레이테 주의 로저 메르카도 주지사는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너무 많아 도로 일부가 아닌 ‘모든 도로’가 통행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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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옌은 현재 시속 40km의 빠른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으며 9일 새벽에는 필리핀을 빠져나가 남중국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옌은 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이며 ‘바다제비’를 뜻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