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획자들/은유 외 7명 지음/240쪽·1만5000원/소란
매년 가을 홍익대 앞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는 출판사들의 책 할인전, 누구나 상인이 될 수 있는 책 벼룩시장 등이 펼쳐진다. 소란 제공
전통시장에서 부모와 함께 장사하는 젊은 상인들은 일을 즐거워하지 않았다. 이들이 상인으로서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껴야 시장에 활기가 돌 텐데…. 그래서 시작된 게 경기 수원 못골시장의 ‘라디오스타’ 프로젝트였다. 젊은 상인들이 직접 라디오방송을 하면서 상인과 상인, 상인과 소비자의 매개자가 되었고 시장은 밝아졌다.
산더미처럼 쌓인 책이 무표정하게 팔리는 도서전은 재미가 없었다. 대중이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만날 순 없을까. 고민의 결과 2005년 홍익대 앞 주차장 골목에서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탄생했다. 남녀노소 홍익대 앞으로 산책을 나와 책을 읽고 사고 저자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홍익대 앞엔 북카페가 하나둘씩 생겨났고 이제 홍익대 앞은 일상적으로 책을 읽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도시를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명 ‘도시기획자’ 7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도시기획자란 거창하게 도시의 경관이나 건축물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도시인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저자는 “도시기획자는 성형 중독으로 일그러진 도시의 표정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까, 끊어진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이야기를 어떻게 복원할까 고민한다”고 밝혔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채관, 사회적 기업 쌈지농부의 ‘대장농부’로 건강한 먹거리 유통에 힘쓰는 천호균, 서울숲과 북서울꿈의숲 등 도심에 커다란 공원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 이강오, 전통시장 상인회 같은 도시 공동체에 활력을 만드는 오형은, 홍대클럽데이를 창안한 최정한, 오래된 도시 전북 전주에 젊음을 불어넣은 김병수, 도시 곳곳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유다희 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책에는 이들이 기획 아이디어를 얻고 실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이 생생히 담겼다. 팍팍한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가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열정이 인상적이다. 최정한 공간문화센터 대표는 “도시는 결국 사람이 인테리어”라고 말한다. 도시에 살든, 농촌에 살든 누구나 공동체의 일원인 만큼 이들의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