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혹 특검 요구… 국회 보이콧
민주당이 8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고 한 배경에는 여러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한길 대표의 특검 제안에 이르기까지 당 안팎의 상황은 민주당에 녹록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 등의 요구와 한 묶음으로 특검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 요구들을 일괄 타결짓기 위한 새누리당과의 물밑 논의는 신통치 않았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특검을 먼저 제안해 곤혹스러워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 사건으로 고발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국 대사가 서면조사만을 받기로 하거나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김한길 대표는 특검 제안 결심을 굳혔다.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김무성 의원 서면조사 건이 특검 제안에 불을 댕겼다”고 말했다.
특검 제안으로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당내의 강경대응 주장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김기식 의원은 “특검에 대한 당내 혼선이 정리됐다”고 했다. 자칫 ‘지도부 흔들기’로도 비칠 수 있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당 밖으로는 안 의원의 특검 제안을 김 대표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안 의원과의 ‘신(新)야권연대’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12일 열리는 시민사회, 종교계, 정의당, 그리고 안 의원과의 ‘연석회의’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어쨌든 특검 제안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석회의의 성공은 김한길 지도부에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특검 카드가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검과 예산안 및 법안 처리를 연계해 새누리당을 압박하면서 특위를 받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민주당이 정기국회의 남은 일정을 모두 보이콧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김 대표가 특검을 제안하면서 어떤 조건이나 시한을 못 박지 않은 것도 특검에만 다걸기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8일 민주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국회 일정을 잠정 중단한 것을 ‘문재인 일병 구하기와 신야권연대를 위한 당리당략’으로 규정하며 “이성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것은 친노 세력인 강경파의 요구로 문재인 일병을 구하고 사초(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을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다. 국민과 법은 안중에도 없는 막가파식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에 통보도 없이 국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례의 극치”라고 말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보이콧 결정에 대해 문자메시지를 달랑 하나 보내온 것은 막무가내식 처사”라면서 “문 의원의 검찰 출석에 따른 풍파를 물타기 하기 위한 얕은 꼼수로는 전대미문의 사초 실종, 사초 폐기가 덮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특검 주장을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새로운 야권연대를 위한 정략적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느닷없는 특검 주장은 부적절한 야권연대를 위한 신호탄이며 정쟁에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