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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판사와 검사,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입력 | 2013-11-09 03:00:00

판사는 분석, 검사는 전략에 능해… 검사 ‘정의감’, 판사 ‘자부심’ 각별




서울의 어느 한 검사는 모 판사를 지칭할 때 ‘주삼무’ 판사라고 부른다. 일주일에 사건 3개는 꼭 무죄를 선고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검사로선 애써 수사해 기소한 피고인을 법원에서 번번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해버리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나 판사는 “검찰이 수사를 똑바로 못해서 증거가 부족한데 어떻게 유죄를 선고하느냐”고 되레 답답해한다. 판사와 검사,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법원 청사 옆에는 항상 검찰 청사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옆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있고, 대법원 건너편에는 대검찰청이 있다. 지방도 예외는 없다. 규모가 작은 지원급 법원 건물 옆에 항상 지청급 검찰 건물이 있다.

건물은 사이좋게 붙어있지만 판사와 검사 사이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법관은 형사재판만 하는 게 아니라 민사, 행정, 가사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재판을 한다”며 “판사와 검사는 엄연히 다른 일을 하는데 왜 굳이 건물이 나란히 붙어있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우리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샅샅이 파헤쳐 정의를 구현하는 궂은일을 한다”며 “얌전하게 공부만 잘하는 ‘샌님’ 판사들과는 다르다”고 맞선다.

판사와 검사는 서로 경쟁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판사는 내심 자신들의 권한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검사 출신 판사는 있어도, 판사 출신 검사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용 전주지검 군산지청장(53·사법연수원 20기)과 김석우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41·연수원 27기)이 대표적인 법관 출신 검사로 손꼽힌다.

반대로 검찰 출신 판사도 눈길을 끈다. 서창원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49·연수원 19기)는 1993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변호사로 일하다 1998년 판사로 변신했다. 강인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6·연수원 21기)는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로 일하다 1999년 법관으로 임용됐다.

그렇다면 검찰 출신 변호사와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어떨까.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에 따르면 분명 두 부류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략을 세우면 강하게 주장을 내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향이 크고, 판사 출신은 모든 상황을 종합한 뒤 조용히 한마디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이든, 판사 출신이든 이들은 결국 변호사다. 법정 안에서는 다시 판사 앞에서 철저한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

고위 법관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A 변호사(59)는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면 언제 자신이 판사였냐는 듯 철저히 자신을 낮춘다. A 변호사는 “예전에 법대 위에 있을 때 변호사들의 태도가 어땠나에 따라 사건에 대한 인상이 달라질 때가 많았다”며 “재판장 말을 뚝뚝 끊는 기본도 안 된 변호사가 들어오면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겸손하게 재판부를 대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 변호사든, 판사 출신 변호사든 결국 사건을 얼마나 잘 분석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지가 실력의 척도”라며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온다고 해서 무조건 사건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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