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신 이도 회장 인터뷰
국내에서 ‘살림 한 센스’하는 세련된 여성들이 갖추고 있는 그릇. 때로는 백자 같고 때로는 청자 같은 한국적인 그릇.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양의 음식까지 두루 다 어울리는 그릇.
2004년 설립된 ‘이도’의 이윤신 대표를 6일 만났다. 그는 홍익대 도예과와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원을 나온 국내 생활도자 디자이너 1세대로, 이도를 명실상부한 도자기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아웃렛 W몰의 창업주인 이우혁 명예회장의 딸로, 원신월드 회장도 맡고 있다.
도예 아카데미는 몇 달씩 대기자가 밀려 있고, 최근 시작한 요리스쿨도 입소문이 많이 났다. 그는 다음 달 이도갤러리 강남점을 새롭게 내면서 브런치 식당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려면 한국 그릇에 음식을 아름답게 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하거든요. 그 방법을 브런치 식당에서 널리 알리고 싶어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김치, 그 김치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 위한 길은 뭘까. 그와 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요. 스시의 세계화에 일본의 테이블세팅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죠. 일본은 그릇에 음식을 담을 때 계절감을 담은 자연물을 장식하는데, 식탁 사방에서 보는 미적 효과를 중시합니다. ‘예술 같은 요리’는 음식 맛을 보기 전부터 서양인들의 관심을 끌죠. 우리 김치에도 미적 감각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2011년 미국 공영방송 PBS 18부작 한식 프로그램인 ‘김치 크로니클’에 이도 그릇이 쓰여 그 미적 감각을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이도 그릇은 김치와 어떻게 어울립니까.
“제가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그릇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유약이 화려하지 않고 덤덤하기 때문에, 꽉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여유를 음식이 채워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직접 조리대에서 김치를 썰어 열무김치와 깍두기는 깊은 푸른빛 ‘청연’ 라인 그릇에, 총각김치와 백김치는 연한 하늘빛 ‘윤빛’ 라인 그릇에 담았다. 화려한 장식이 있는 서양 그릇과 달리 주연으로 나서지 않아 겸손한 그릇이었다. 대구 태생의 그는 젓갈 양념이 강렬한 전라도 김치에 비해 경상도 김치는 삭히기 전의 깊이가 있는 ‘품위 있는 맛’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달 24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300여 점의 도자기를 전시하는 ‘이윤신-흉내낼 수 없는 일상의 아름다움’이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중간 회고전 성격이다. 쓰임으로서의 공예, 예술로서의 공예를 줄곧 고민해 온 이도의 행보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김치의 앞으로의 행보에는 닮은 점이 있는 듯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